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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경영권 승계, 신격호의 진짜 의중은 무엇일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7-28 18: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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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경영권 승계, 신격호의 진짜 의중은 무엇일까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놓고 ‘형제의 난’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독주체제에 반기를 들었으나 실패했다.

신 전 부회장의 반란을 계기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신동빈 회장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 체제가 굳건히 유지될 수 있을지 속단하기 어렵다.

신동주 신동빈 형제간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신 총괄회장의 ‘진짜’ 의중이 아직은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또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경영권을 완전히 손에 넣고 통합경영을 본격화해도 가족 내부갈등의 여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 이틀 동안 벌어진 반전드라마

27일부터 이틀 동안 롯데그룹에서 ‘깜짝’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격호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명예회장으로 남게 됐다고 전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7일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 친족 5명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은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 주도로 비밀리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일본에 도착한 직후 일본롯데홀딩스에서 이사 7명 가운데 본인을 제외하고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6명을 해임했다.

신 총괄회장은 올해 94세다. 신 총괄회장이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일본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이사진을 해임한 것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부친을 앞세워 신동빈 회장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런 시도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신동빈 회장이 곧바로 반란을 제압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28일 오전 일본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

신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은 신 총괄회장이 내린 해임결정이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결정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신 총괄회장을 해임했다.

이번 사태로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은 67년 만에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경영일선에서 강제퇴진 당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2세 경영체제로 완전히 전환했다.

  롯데 경영권 승계, 신격호의 진짜 의중은 무엇일까  
▲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 신동빈 원톱 승계, 정당성에 의문


신동빈 회장은 16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직후 “앞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을 받들어 한국과 일본의 롯데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한편 리더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취임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통합경영의 신호탄으로 재계에서 받아들여졌다. 신 회장은 ‘원(One) 롯데, 원(One) 리더’의 기치를 쏘아 올리며 태국면세점사업에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공동진출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신동빈 시대의 롯데그룹은 사실상 지난해 말부터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후계경쟁을 벌여온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모든 보직에서 해임된 뒤 신동빈 회장이 독주체제를 굳히는 모습이었다.

신 전 부회장이 후계경쟁에서 탈락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으나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신동빈 회장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 오른 것은 신 총괄회장의 뜻임을 밝히며 한일 롯데그룹 승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틀간의 사태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 의문을 품게 만들고 있다. 신동빈 승계가 과연 신 총괄회장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해임 소식이 전해진 28일 오후 공식 입장자료를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의 경영일선 후퇴가 ‘해임’이 아닌 ‘용퇴’에 따른 것이란 점을 내비친 것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결정이 일본 롯데그룹에 국한된 것이며 신 총괄회장이 명예회장 직함을 유지하며 한국과 일본 롯데의 주요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또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그룹을 대표하여 향후 두 그룹의 시너지 창출과 이를 통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의 이런 입장 발표에도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이 이날 함께 내놓은 추가자료는 신동주 쿠데타설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전날 신 총괄회장을 ‘무리하게’ 일본으로 모시고 가 신동빈 회장 등 임원 해임을 발표했다고 설명한 것이다.

롯데그룹이 밝힌대로라면 신 총괄회장의 전날 결정이 불법적인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무효선언만 해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강제퇴진을 결정한 것이다.

롯데그룹은 “이런 결정은 경영권과 무관한 분들이 대표이사라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법적 지위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부친을 부추겨 신동빈 회장체제를 흔드는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롯데 경영권 승계, 신격호의 진짜 의중은 무엇일까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오른쪽)이 지난 5월22일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 신동빈 원톱체제는 안녕할까


신격호 총괄회장의 ‘진짜’ 의중은 무엇일까?

신 총괄회장이 지난해 말 이후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염두에 뒀다가 최근 들어 마음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입김을 행사했을 수 있다.

신 총괄회장이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정상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 총괄회장의 의중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란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이번 일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남긴 셈이 됐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도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에 동반한 점도 눈길을 끈다. 신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 이사장도 신동주 전 부회장의 편에서 신동빈 회장체제에 반기를 든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동주 신동빈 형제의 보유지분은 엇비슷하다. 당장은 신동빈 회장의 독주가 현실화한 듯 보이지만 이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신격호 회장 일가-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7.56%를,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호텔롯데가 롯데쇼핑(8.83%)을 비롯해 롯데칠성(5.92%), 롯데제과(3.21%)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며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 롯데그룹의 경영권 향방은 광윤사 지분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광윤사 지분은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29%씩, 신 총괄회장이 3% 정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사주가 1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신 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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