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출판사 김영사가 전현직 대표의 법적 분쟁과 폭로전에 휩싸였다.
박은주 전 김영사 사장이 김강유 현 대표이사 회장을 350억 원대 배임, 횡령,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박 전 사장은 지난해 사장에서 물러난 뒤 침묵해왔으나 김 회장을 교주로 모셨으며 번 돈을 모두 바쳤다고 폭로해 출판계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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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주 전 김영사 사장. |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27일 박은주 전 사장이 김강유 회장을 상대로 고소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박 전 사장은 23일 350억 원대 배임, 횡령, 사기혐의로 김 회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박 전 사장은 고소장에서 김 회장이 대표이사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면서 30억 여 원을 지급받아 회삿돈을 횡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사장은 또 김 회장이 형이 운영하는 회사에도 부당하게 출판사 자금 30억 여원을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박 전 사장은 김영사가 지난해 경영권 분쟁 당시 회사 경영권을 모두 포기하고 주식, 김영사 건물지분 등 자산 285억 원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보상금 45억 원을 지급하기로 한 약속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전 사장은 25년 동안 김영사에 재직하면서 김영사의 성장을 이끌며 ‘출판계의 여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박 전 사장은 1957년생으로 이화여대 수학과를 나와 평화출판사 편집부에서 출판계에 발을 디뎠다.
박 전 사장은 그 뒤 당시 김영사 사장이던 김정섭 회장(현 김강유로 개명)에게 영입돼 1982년부터 김영사에서 근무했다. 김 전 사장은 편집자 경력 7년 만인 만 31세에 김영사의 사장으로 취임하며 출판업계 최초의 여성CEO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박 전 사장은 취임 첫 해 출간한 김우중 전 대우회장의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 책은 출간 6개월 만에 100만 부가 팔려나가 한국 최초의 밀리언셀러가 됐다.
박 전 사장은 그 뒤로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1994), ‘정의란 무엇인가'(2010), ‘안철수의 생각’(2012) 등 베스트셀러를 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며 성공신화를 이어갔다.
김영사도 수많은 밀리언셀러를 탄생시킨 덕분에 초창기 매출 1억 원 대에서 현재 500억 원대 매출을 내는 대형출판사로 성장했다.
박 전 사장은 지난해 4월 매출부진과 함께 내부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뒤 사퇴했고 그 뒤 1년6월가량 종적을 감췄다. 박 전 사장의 돌연 사퇴 이후 출판계에서 신흥종교 관련설, 횡령의혹 등 여러 의혹이 난무했다.
김 회장은 김영사 창업자이자 대주주로 박 전 사장이 물러난 뒤 현직에 복귀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종교모임의 사제지간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20년 동안 법당에서 생활했으며 김 회장을 교주로 모셨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여 년 동안 월급, 보너스, 주식배당금 등으로 번 돈 28억 원을 김 회장에게 모두 헌납했다고 폭로했다.
김 회장은 이런 주장에 대해 교주 취급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박 전 사장이 법당생활을 한 것도 자발적으로 수행했다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사는 27일 오후 김강유 회장의 답변이 포함된 공식성명을 냈다. 김 회장은 “박 전 사장이 고소를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도 회사에 손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어 “제자의 허물이 있었지만 이를 감싸기 위해 긴 시간 기다려왔지만, 결국 고소를 당해 황당하고 안타깝다”면서 “이미 고소가 접수됐으니 성실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사는 고세규 출판본부장 명의의 글에서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것은 도리어 박 전 사장이며 그 때문에 박 전 사장이 퇴사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영사는 이에 앞서 박 전 사장이 물러난 뒤 임직원 3명을 해고했다.
이들은 해고가 부당하다며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김영사는 이들을 횡령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4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김영사는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