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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통합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제치고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신 회장은 ‘원(One) 롯데, 원(One) 리더'의 기치 아래 한일 롯데의 사업구도를 큰 틀에서 바꾸려고 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내년 3월 태국 방콕 중심부에 롯데면세점을 출점한다.
한국롯데가 80%, 일본롯데홀딩스가 20%를 출자하는 연면적 약 7천 평방미터 규모의 공항형 면세점이다.
롯데그룹이 태국에서 면세점사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이번 태국 면세점 진출이 주목되는 이유는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이 그동안 사업에서 유지해 온 이원경영의 틀을 깼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한국과 일본에서 사업을 영위하면서 해외시장에서도 각각의 사업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태국의 경우만 해도 일본롯데가 1989년 현지법인을 설립해 과자를 생산판매하고 있는데 한국롯데는 진출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이 함께 면세점사업에 진출하기로 한 것은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일본 롯데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해임된 뒤 신 회장은 16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신 회장이 한일 양국의 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구도가 된 것이다.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통합경영체제를 굳히면서 앞으로 롯데그룹의 사업방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이 경쟁하기보다 사업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태국 면세점 진출도 신 회장의 통합경영 의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롯데는 신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뒤 제과와 유통업에서 화학, 금융 등에 이르기까지 사업영역을 급속도로 넓혔다.
신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을 맡은 뒤 한국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그룹 매출의 20배 규모로 성장했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 롯데그룹은 74개 계열사에 83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일본 롯데그룹은 37개 계열사에 매출이 5조7천억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한국 롯데그룹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제2롯데월드사업은 안전논란에 발목이 잡혀 있다. 대형마트는 정부의 출점규제에 부딪혀 있다.
백화점도 역성장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데다 메르스 여파에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통사업의 효자노릇을 해오던 면세사업에서도 최근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는 등 성장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통합경영을 통해 이런 어려움을 돌파하는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관측된다.
신 회장은 최근 들어 롯데그룹의 전략목표인 ‘비전 2018’을 수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비전 2018은 신 회장이 2009년 중장기비전으로 선포한 것인데 2018년까지 ‘매출 200조 원 돌파,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 도약’을 핵심내용으로 삼고 있다.
신 회장은 ‘원(One)롯데, 원(One) 리더’를 공식화한 만큼 ‘선택과 집중’ 및 ‘시너지 경영’에 초점을 맞춰 수정안을 제시할 것을 각 계열사들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