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항암제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에서 성공하느냐에 따라 셀트리온이 제2의 성장기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은 11일부터 혈액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를 미국에 출시한다. 2016년 램시마를 미국에 내놓은지 3년 만이며 셀트리온이 미국에서 항암제를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다.
트룩시마는 ‘리툭시맙’ 성분 바이오시밀러로는 최초로 미국에 출시된다. 5조 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리툭시맙시장에 선도자(퍼스트무버)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서 회장은 트룩시마가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룩시마는 유럽에 2017년 출시돼 올해 2분기 기준 유럽 시장점유율 38%로 오리지널 의약품을 뛰어넘어 넘었다. 오리지널과 약효는 동등하면서도 가격은 70% 수준이고 출시 초기에 경쟁 바이오시밀러도 없었다는 점이 유효했다.
이런 강점은 미국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룩시마의 북미지역 유통 파트너사인 테바도 트룩시마의 마케팅을 ‘가격 경쟁력’에 집중해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미국 의약품시장이 점차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미국은 유럽에 비해 오리지널 의약품을 향한 선호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오리지널과 염기서열이 같더라도 세포배양 등의 과정에서 미세한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미국에서는 바이오시밀러에 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램시마가 미국에 출시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유럽과 달리 10% 정도의 시장 점유율에 그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항암제와 자가면역치료제의 높은 가격으로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점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미국에서도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국 최대 민간 보험회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H)가 최근 램시마를 ‘선호의약품’으로 등재한 것은 미국도 변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트룩시마의 미국 점유율 확대는 셀트리온의 수익성과도 직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트룩시마 가격은 유럽에서 판매하던 가격의 4배 정도 높을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하는 가격은 유럽과 미국이 같은 만큼 미국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따라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수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될 미국의 트룩시마 판매를 감안하면 유럽의 약값 인하로 셑르리온의 마진 훼손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셀트리온은 트룩시마의 미국 판매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0년 상반기에는 유방암·위암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도 미국에 출시한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더불어 2종류의 항암제로 미국 의약품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허쥬마는 현재 유럽에서 시장 점유율 13%를 차지하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2018년 바이오시밀러시장의 경쟁심화로 램시마 가격이 하락하며 고성장의 성공신화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트룩시마와 허쥬마를 미국에 내놓는 2020년은 그 어느 해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