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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를 마치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통과시키면서 두 회사는 9월1일 삼성물산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삼성그룹은 합병 삼성물산이 합병시너지를 발휘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것을 기대한다.
이런 기대를 현실로 만들려면 우선 확실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제일모직 건설사업부와 통합돼 업계 1위를 굳히게 됐다. 제일모직은 건축과 플랜트, 조경 등 건설사업을 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조경사업과 테마파크 운영 등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 대형 플랜트와 토목사업 경험이 풍부한 삼성물산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2020년 건설부문에서만 23조6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과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제일모직은 빈폴 등 다양한 종류의 패션브랜드 26개를 거느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51개 국에 128개 지사를 두고 있는데 이런 해외 네트워크가 패션사업 해외진출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은 2016년 중국 의류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중국 섬유업계 2위인 산동루이그룹 지분 20%를 확보하고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어 패션사업 중국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2020년 패션부문 매출 목표를 10조 원으로 제시했다.
이번 합병에서 합병 삼성물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각된 사업은 바이오사업이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바이오사업을 주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51.4%를 확보하게 됐다. 삼성물산은 합병회사의 미래가치에서 바이오사업을 특히 강조해 왔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을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까지 40만 리터로 생산능력을 확대해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 의약품 위탁제조사가 되려고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나스닥 증시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시장이 연평균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어 삼성물산의 바이오사업 성장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이다.
삼성물산은 2020년 바이오부문에서 1조8천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500억 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8500억 원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 삼성물산, 주주 마음 사로잡을까
합병 삼성물산의 중요한 과제는 주주의 마음을 잡는 것이다.
주주가치 훼손이 엘리엇매니지먼트에게 명분을 제공한 만큼 안정적 경영을 위해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삼성물산이 주주와 스킨십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합병 뒤 주주친화 정책을 펼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6월30일 기업설명회에서 “합병법인은 30% 수준의 배당성향을 지향할 것”이라며 “회사성장을 위한 투자와 사업성과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배당성향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삼성물산은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특수관계인 거래와 주요자산 취득·처분 등 주주권익에 영향을 미칠 사안들을 심의하게 된다. 위원 중 한 명을 주주이익보호담당으로 선임해 이사회와 주주 사이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사장단은 합병안이 통과된 뒤 “약속한 주주친화 정책을 차질없이 시행할 계획”이라며 “국제기준에 맞춰 경영을 해 나가고 사회공헌에도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단은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높이도록 최선을 다해 주주는 물론 고객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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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뉴시스> |
◆ 삼성물산 지주회사로 전환할까
합병 삼성물산의 미래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합병 삼성물산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이다.
삼성그룹은 지주회사체제 전환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당장 지주회사로 전환 필요성이 없는 데다 지주회사 전환에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합병 삼성물산이 이른 시일 안에 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력을 확보한 이상 지주회사체제로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또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갖춰야 할 요건이 만만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당장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지분 19.3%의 처리가 문제로 떠오른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따로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6%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정리가 말처럼 쉽지 않다.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지분 1.3%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물산이 삼성증권 지분 0.3%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지분 37.5%를 소유하고 있는 등 복잡한 지분관계를 풀어내려면 적지 않은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에 따라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20%(비상장사는 4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한 삼성물산은 추가로 16% 정도 지분을 늘려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삼성전자 지분 확보에만 30조 원이 필요한 셈이다. 삼성전자 외 다른 자회사 지분까지 고려하면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는데 필요한 금액은 합병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