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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사이드 아웃' 스틸 이미지. |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 마음 속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알고 싶다는 바람을 담고 있기도 하다.
디즈니·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은 나 자신도 모르는 마음의 세계를 파헤친다.
11세 소녀가 주인공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가까워 보인다.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 볼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살아가는 어른들을 각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관객 추세에서도 확인된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애니메이션쯤으로 치부됐으나 어른 관객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인사이드 아웃은 17일 오전 기준 42.2%로 압도적 예매율을 보이며 ‘연평해전’을 따돌렸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개봉 2주차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개봉 첫 주 흥행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관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흥행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16일 기준 112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인사이드 아웃은 소녀 주인공을 내세운 일종의 모험담이자 성장담에 가깝다. 픽사 애니메이션 최대의 흥행작 ‘토이스토리’처럼 좌충우돌 모험의 여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관객은 물론 평단까지 호평을 쏟아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인간 마음 속에 내재한 여러 감정들을 캐릭터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소녀 라일리의 감정 속에 사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가 그들이다. 이들은 라일리의 마음을 지배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 안에서 산다. 갑작스러운 사고가 나면서 여러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인사이드 아웃은 깐느영화제에서 처음 개봉될 당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애니메이션으로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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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라세터 디즈니픽사 CCO. |
인간 심리와 기억에 관한 참신한 발상 덕분이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피트 닥터는 이 영화가 그저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최신 인지과학 연구결과와 심리학 교수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 안의 복잡다단한 감정들이 사실은 과거 기억과 현재 망각이라는 회로와 무관치 않다는 것을 주지시킨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이다. 이 영화가 어린이들이나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것은 이처럼 인간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픽사가 제작사라는 점에서 최고 크리에이티브책임자 존 라세터 CCO의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세계 최고의 두뇌집단으로 일컬어지는 픽사의 실질적 수장이기 때문이다.
1995년 세계 최초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도 라세터의 손을 거쳤기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라세터는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물론 ‘몬스터 주식회사’나 ‘라따뚜이’ 등 흥행 애니메이션 대작들을 선보이며 디즈니의 제2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라세터는 원래 월트디즈니에서 애니메이터로 일을 하다 해고됐다. 그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함께 픽사를 설립했다. 잡스 역시 애플에서 쫓겨난 뒤였다. 라세터는 잡스가 애플로 복귀했듯이 디즈니·픽사로 돌아갔다. 픽사가 2006년 디즈니에 인수됐기 때문이다.
잡스가 애플 복귀 이후 아이폰 신화를 일궜듯이 라세터도 디즈니에 보란 듯 ‘복수’를 했다. 픽사가 아니라 천재 크리에티터를 품에 안았다는 사실을 디즈니에서 입증한 것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차고도 넘친다.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몬스터 주식회사’ 등 3D 애니메이션의 새 장을 연 애니메이션들부터 디즈니·픽사의 최대 흥행작 ‘겨울왕국’까지 다양하다.
라세티는 이런 성공 덕분에 올해 순자산만 1억 달러가 넘는 갑부가 됐다.
라세터는 지난해 10월 한국을 찾았다. 그는 당시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에 여유와 익살, 웃음이 넘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Heart)’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