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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지분 늘린 국민연금, 합병 찬반세력의 구애 뜨거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7-03 21: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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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반의 기로에 섰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두 회사 합병안에 반대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ISS의 입장 표명을 주시하고 있었던 터라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지분 늘린 국민연금, 합병 찬반세력의 구애 뜨거워  
▲ 최광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 표대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3일 삼성물산 주식을 11.61%인 271만473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6월4일부터 30일까지 꾸준히 매수와 매도한 결과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지분은 종전 9.92%에서 11.61%로 늘어났다.

국민연금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합병반대 공세를 시작한 뒤에도 삼성물산 주식거래를 이어왔다는 뜻이다.

시점만 놓고 보면 국민연금이 이 기간 동안 늘린 지분 가운데 일부는 오는 17일 열리는 삼성물산 합병 임시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다.

삼성물산은 지난 6월11일 기준으로 주주명부를 폐쇄했다. 국민연금이 9일까지 장내매수한 지분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이 지난달 4일부터 9일까지 추가 매입한 주식은 149만8930주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율은 0.96% 늘어난 총 11.11%다.

국민연금은 아직 이번 합병사안에 대해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확실한 속내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이번 삼성물산 추가지분을 한 시점과 의도를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반대에 나선 뒤에도 매도와 매수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금 가운데 절반은 위탁운용되고 있어 저가매수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국민연금이 1대 0.35라는 합병비율에 큰 불만을 품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또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에도 합병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합병 삼성물산에 대한 장기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합병반대로 촉발된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공방은 3일 ISS가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 됐다. ISS는 해외투자자들의 주주권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삼성물산 주총에서 참가율이 80% 가량에 이른다고 가정할 때 찬성안이 가결되려면 3분의 2인 53.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를 포함한 외국인 지분은 33.75%로 추산된다.

외국인 투자자들 모두가 ISS의 의견을 받아들여 반대표를 행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현재 기류로 보면 어느 쪽도 표대결 우위를 점치기 어려운 초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단일주주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속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결정은 아직 찬반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눈치를 살피고 있는 국내 주요 연기금과 주요 주주들의 의사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물산 지분 늘린 국민연금, 합병 찬반세력의 구애 뜨거워  
▲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엘리엇매니지먼트는 3일 낸 보도자료에서 “공정성과 국민권리에 깊은 관심을 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인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합병 반대편에 서줄 것을 압박했다.

그러나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1일 삼성그룹 수요사장단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국민연금이)주주와 우리나라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 잘 판단해 주리라 믿는다”고 합병찬성에 설 것을 기대했다.

국민연금은 찬성과 반대의 어느 쪽에 서더라도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찬성할 경우 국민들의 주머닛돈을 재벌기업 삼성그룹 오너의 경영권 강화에 힘을 보태는 데 썼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반면 반대표를 던져 합병을 무산시킬 경우 외국계 헤지펀드의 앞잡이가 됐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여기에 ISS의 의견도 이번 사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다.

물론 국민연금이 지난달 SK와 SKC&C 합병에서 ISS의 의견과 달리 합병 반대표를 행사한 만큼 이번에도 독자적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찬반 표대결을 앞두고도 지분을 늘렸다는 것은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의미"라며 "SK그룹의 합병안에서 ISS의 입장과 다른 행보를 보였던 만큼 어느 편에 설지 현재로서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17일 열리는 삼성물산 주총 2~3일 전에 외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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