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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놓고 삼성그룹과 엘리엇메니지먼트가 벌이는 찬반공방이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놓고 벌인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법적 공방에서 일부 승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아직 최종 표결 결과를 안심할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의결권 자문기관 ISS의 입장이 아직 나오지 않은 데다 삼성그룹의 정공법에 맞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재반격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반대’의견을 낼 것을 조언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 보도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에 이어 세계 2위의 의결권 자문회사다. 각국 주요 연기금 등 1천여 고객사를 두고 있어 미국의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알려졌다.
글래스루이스는 “제일모직과 합병은 전략적 이점에 대해 의문이 들 뿐 아니라 합병조건도 불리하다”며 “합병절차도 이해하기 힘들 뿐 아니라 합병을 추진하는 경영진 행태도 퇴행적(regressive)”이라고 지적했다.
글래스루이스는 두 회사 합병안의 실효성과 조건, 절차는 물론 목적까지 싸잡아 비판한 셈이다.
글래스루이스의 의견은 ISS의 입장 발표를 하루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이번 합병을 둘러싼 공방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ISS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과 관련한 입장을 3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1일 기준으로 삼성물산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제외한 외국인 지분율은 26.49%에 이른다. 엘리엇매니지먼트 지분 7% 가량을 합치면 30%를 넘게 돼 해외 투자자들의 결정이 합병성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ISS의 입장발표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집중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다음 행보도 주목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1일 법원 결정이 나오자 실망감을 나타내면서도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 관련 가처분 소송건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유보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 행위가 불법적이라며 합병안 반대를 위한 주주설득 작업을 강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만큼 또 다른 소송 제기나 장기적으로 ISD(투자자-국가간분쟁해결제도)로 끌고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ISS의 입장은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해외 투자자의 표결 향방뿐 아니라 향후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행보에도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