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LF에 따르면 10월 신규 론칭하는 ‘비건’ 지향 여성화장품 브랜드 ‘아떼’를 통해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비건 립스틱’을 선보인다.
아떼는 비건 화장품이다. 비건 화장품이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을 의미한다.
구 회장은 2018년 9월 LF의 대표 패션 브랜드인 ‘헤지스’의 남성화장품 라인 ‘헤지스 맨 룰429’를 출시하며 화장품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여성화장품까지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사업확장을 시작한 것이다.
구 회장이 ‘비건’ 화장품에 주목한 것은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국내 일반 화장품시장은 이미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을 비롯해 수많은 중소 화장품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어 후발주자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세계 일반 화장품시장은 최근 매년 0.5~1% 성장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비건 화장품시장은 최근의 채식주의 열풍에 발맞춰 크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비건 화장품시장이 연평균 6.3%씩 성장해 2015년 208억 달러(약 23조28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비건 화장품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LF와 같은 화장품 후발주자가 진출하기에 용이하다.
LF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지만 비건 화장품에서 새로운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향후 이슬람국가가 많은 동남아 등 글로벌 진출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패션사업의 노하우와 역량을 화장품사업에 접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LF는 그동안 마에스트로, 닥스, 헤지스, 질스튜어트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며 소비자들의 생활양식을 읽고 트렌드의 변화를 감지하는 데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패션과 화장품은 분야가 다르기는 하지만 소비자층이 비슷하고 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LF가 이번에 론칭하는 ‘아떼’도 프랑스 명품 바네사브루노의 세컨드 브랜드 아떼로부터 사용권(라이선스)을 구입했다. 이는 구 회장이 패션 브랜드를 활용해 화장품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패션기업들의 화장품사업 진출은 해외에서도 나타난다. 샤넬, 디올, 지방시, 버버리 등 세계적 패션 브랜드들은 이미 패션과 화장품사업을 함께 하고 있고 올해 구찌도 5년 만에 화장품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금력을 활용한 마케팅 역량, 브랜드 사업에서의 유통 노하우, 패션사업에서 축적된 소비 트렌드 적중력은 중소형 화장품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LF 화장품사업의 가시적 성과가 언제쯤 나타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LF는 현재 일부 수입 화장품브랜드를 유통하고 있고 지난해 9월 남성화장품을 출시했지만 화장품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10월 여성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다고 해도 의미 있는 매출을 내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경쟁사들도 비건 화장품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8월 100% 비건제품인 ‘슈퍼푸드 베지워터 토닝 미스트, 앰플’을 선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브랜드 아워글래스는 90% 이상이 비건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LF가 화장품사업 등 적극적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서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본업의 성장성 둔화를 메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