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케이뱅크 주주사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케이뱅크 추가 유상증자는 3분기 안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 주주들은 DGB금융지주가 발을 뺀 뒤로 유상증자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 주요 대주주는 우리은행(13.79%), KT(10%), NH투자증권(10%) 등이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은 유일하게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곳으로 꼽혔는데 최근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에 휘말리며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뱅크 주주사의 한 관계자는 “비은행부문 강화 등 돈 들어갈 곳이 많은 우리금융지주는 파생결합증권 사태 이전에도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조심스러웠다”며 “최근 사태로 거액의 손실배상금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어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더 소극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KT와 NH투자증권은 각각 공정거래법 위반, 은산분리 규제 등으로 케이뱅크의 지분율을 지금보다 더 높일 수 없다.
나머지 중소형 주주들은 지난해부터 대부분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만큼 새 주주를 구하지 못하면 케이뱅크 유상증자는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케이뱅크는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면 대출영업을 정상화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4월부터 시작된 대출상품 판매 중단은 벌써 5개월째에 접어 들었다. 29일 기준으로 케이뱅크가 내놓은 6개의 대출상품 가운데 이용이 가능한 것은 예금·적금 담보대출상품 하나뿐이다.
대출중단은 케이뱅크의 실적에 직접적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케이뱅크는 상반기 순손실 500억 원을 냈다. 정상적으로 대출영업을 했던 지난해 상반기에 순손실 395억 원을 거둔 것과 비교해 순손실이 큰 폭으로 늘었다.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저금리 신용대출 판매가 막히면서 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2분기 말 기준으로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0.99%, 부실채권비율은 0.89%를 나타내 1분기보다 각각 0.12%포인트. 0.09%포인트 높아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케이뱅크의 평균 신용대출금리는 10.76%를 나타내 은행권에서 가장 높았다.
두 번째로 높은 전북은행(5.76%)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인데 이 역시도 저금리 신용대출이 중단된 뒤 고금리의 대환 대출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케이뱅크가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심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8월 초부터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데 9월 초면 차기 행장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심 행장의 연임은 KT 주도의 케이뱅크 유상증자가 8월 안에 이뤄질 수 있는냐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심 행장을 세운 KT가 케이뱅크의 자본위기를 극복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면 심 행장이 차기 행장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8월 유상증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케이뱅크 차기 행장에서 심 행장도 멀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 주주사들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중단 등으로 현재의 케이뱅크 위기를 만든 KT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하는 분위기"라며 "유상증자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심 행장 연임 반대를 통해 KT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