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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포스코가 갈 길이 멀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혁신작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에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재무구조개선과 중동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포스코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포스코가 경영정상화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일이 그만큼 산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2분기 실적은 1분기에 이어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계속 지적됐던 부실계열사와 해외법인들이 2분기에도 포스코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분석된다.
◆ 포스코에 대한 기대치는 바닥
포스코 주가는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포스코 주가는 18일 전날보다 1.38% 떨어진 21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포스코의 시가총액 순위는 지난 2월 6위까지 떨어졌는데 그 뒤에도 추락을 거듭해 넉 달 만인 18일 현재 15위까지 밀려났다.
포스코 주가는 지난해 3월 27만250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권 회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9월 36만1천 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그 뒤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현재 21만 원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포스코는 지난 4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포스코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증가했지만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슷했다. 연결기준 매출은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2분기 실적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주요 증권사들은 포스코의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보다 6~7%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권 회장이 2014년 3월 취임한 뒤부터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는 여전히 미흡하다.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월 84%에서 올해 3월 89%로 올라갔다.
◆ 철강 본원 경쟁력의 성과
권오준 회장은 취임 뒤 철강 본원의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전면에 내걸었다.
철강 본원의 경쟁력은 점차 회복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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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는 15일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포스코건설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
포스코는 올해 1분기 개별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증가한 영업이익을 냈다. 철강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면서 수익성은 개선됐다.
영업이익률도 회복되고 있다. 포스코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보다 2.2%포인트나 상승한 9.2%를 기록했다.
포스코는 1분기 자동차, 조선, 에너지강관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지난해 4분기보다 8% 증가한 284만3천 톤 판매했다.
포스코는 또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제철기술인 파이넥스(FINEX) 공법을 해외로 수출하는 등 철강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9일 세계적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에 6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 여전히 발목잡는 부실계열사
하지만 권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부실계열사들과 해외법인들은 포스코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플랜텍은 2800억 원, 포스코엠텍은 1천억 원, 포스코특수강은 200억 원, 포스코P&S는 144억 원의 적자를 냈다.
부실계열사들은 포스코의 부채비율도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말 포스코 개별 부채비율은 24%였지만 포스코 전체 부채비율은 89%였다. 포스코건설(120%), 포스코엠텍(347%), 포스코에너지(193%), 대우인터내셔널(267%), 포스코LED(3280%) 등 계열사들의 높은 부채비율 때문이다.
권 회장은 포스코플랜텍의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포스코엠텍 도시광산사업부를 매각대상에 올리는 등 부실계열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권 회장이 처음 공언했던 것처럼 구조조정 대상을 확대하고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회장이 취임하면서 “철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가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했던 약속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포스코LED(LED제조), 순천에코트랜스(경전철 운영) 등의 계열사는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지도 않았다. 이 회사들은 지난해 각각 5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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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사진 가운데)이 지난 4월 터키 POSCO ASSAN TST를 방문해 공장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
◆ 적자 누적되는 해외법인들
해외법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포스코 해외법인 170여 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0여 개가 2014년 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규모만 5411억 원에 이른다.
포스코가 인도네시아에 만든 해외 첫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지난해에만 25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포스코는 2010년 현지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스틸과 함께 30억 달러를 투자해 이 제철소를 완공했다. 하지만 설립 초기부터 각종 사고에 시달린 데다 철강경기 침체 여파로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지역의 다른 법인들도 수십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곳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 동남아시아지역에서 일본 철강기업들의 시장 장악력이 높고, 일본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도 밀리기 때문이다.
자동차강판 해외법인들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인도의 자동차강판 생산법인은 268억 원, 중국의 자동차강판 생산법인은 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법인의 경우 구조적 문제에서 적자가 비롯되고 있기 때문에 당장 해결하기도 어렵다. 국내에서 소재를 조달받아 현지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해외법인은 포스코의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4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에서 한 등급 낮추며 "해외법인의 저조한 실적 등 투자에 따른 기대효과가 발생하지 않아 계열사에 대한 실질적인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실적이 부진한 해외법인들은 경영정상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포스코에 재무적 부담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해외법인 어떻게 하나
권오준 회장은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조직개편을 진행하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권오준 회장 주재로 11개 권역 해외 대표법인장 회의를 처음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운영 방안과 올해 경영 계획을 공유했다.
이에 앞서 권 회장은 일본과 중국, 미주 등 11곳의 해외권역에 대표법인을 출범시켰다. 그동안 구심점 없이 곳곳에 흩어져 있던 해외법인을 관리할 대표법인을 새롭게 만든 것이다. 해외 대표법인은 앞으로 권역 내 해외법인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노민용 포스코 재무실장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사업 구조조정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저수익사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 2월 미국 강관제조업체 USP 지분 35%를 정리한 데 이어 포스코-우루과이 등 실적이 부진한 해외법인도 정리하기로 했다.
권 회장이 해외사업을 놓고 더 늦기 전에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권오준 회장이 무작정 해외사업을 밀어붙일 게 아니라 무분별한 해외사업에 대해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