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허리띠를 빠짝 졸라매고 있다.
전기차 개발비용 등으로 늘어난 지출을 판매 확대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예 사장이 임원 감원을 시작으로 ‘군살빼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쌍용차 사보> |
6일 쌍용차에 따르면 예 사장은 이번 주 휴가가 끝난 뒤 조직개편 방안 등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7월 말 임직원들에게 담화문으로 밝힌 경영 정상화계획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작업으로 풀이된다.
예 사장은 조직개편을 단행한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또 다시 조직개편을 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에 앞서 임원부터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 직원들에게 경영 정상화에 협력을 구할 것으로 파악된다.
예 사장은 담화문에서 임원 규모를 줄이고 이들의 급여를 삭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원을 대상으로 안식년제 등도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예 사장은 구조조정 대신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는 데에 힘을 실을 것으로 파악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효율적 조직개편 논의가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구조조정 추진에는 선을 그었다.
허리띠를 바짝 죄는 것만으로 실적을 개선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예 사장이 추가적 자금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쌍용차는 전기차 개발에 3천억 원가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자금 확보에 힘써왔지만 지금까지 확보된 자금은 이에 못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쌍용차는 올해 초 마힌드라앤마힌드라로부터 유상증자로 자금 500억 원을 수혈받은 데다 JP모건으로부터 300억 원을 대출받았다. 판매 확대만으로는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인 만큼 추가 자금 확보가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지난해 10월부터 KDB산업은행에 1천억 원가량을 대출해줄 것을 요청해왔는데 대출 승인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쌍용차와 KDB산업은행 관계자 모두 대출승인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예 사장은 전기차 개발 등에 들어가는 비용 증가와 판매 감소가 맞물리던 6월부터 비용절감이 절실하다고 봤던 것으로 파악된다. 6월에 직영지점을 폐쇄하고 10년 만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비용절감을 위한 '긴급처방'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예 사장은 6월 1곳뿐이던 쌍용차 직영지점을 비용절감을 이유로 닫았다.
사실상 고객과 유대를 강화하고 쌍용차 브랜드를 알리는 상징성이 컸던 만큼 직영지점 폐쇄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예 사장이 취임 이후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린 첫 결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쌍용차는 재고량이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이유로 노사 합의로 7월5일, 8일, 12일, 15일 공장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쌍용차의 경영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았던 만큼 예 사장은 수출 활로를 모색하는 등 판매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분기에 급격히 적자폭이 늘어나면서 구조조정 작업이 동반되지 않고는 판매 확대만으로 실적을 개선하는 게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지난해 내수에서 안정적으로 판매를 늘려 온 만큼 올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유럽과 오세아니아 등에서 코란도를 공식 론칭하는 등 해외 마케팅에 힘써왔다.
올해 2월 미래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해 자율주행 개발팀, 전기차 시스템 설계팀, 하이브리드 개발팀 등 자체 개발 조직 12곳을 새로 꾸리고 했다.
쌍용차는 올해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491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1분기보다 적자 폭이 76.6% 늘어난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