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이사회가 6월 배임 책임을 의식해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개편안 승인을 한차례 보류한 적이 있었던 만큼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도 이사회를 무사히 통과할지 미지수라는 시선이 나온다.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2년 3월 개교 목표에 맞추기 위해 한국전력이 적게는 5천억 원에서 많게는 7천억 원에 해당하는 건설비용을 우선 부담하기로 했다.
한국전력 이사회가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개편안을 놓고 3천억 원의 손실을 이유로 보류했는데 한전공대 설립에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그보다 훨씬 많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 이사들은 한전공대 설립문제와 관련해 배임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도 안고 있다.
한국전력 주주들은 대통령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에 주식회사인 한국전력의 자금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한국전력이 적자를 보고 있는 데도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한전공대 설립에 7천억 원을 투입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한전공대에 들어가는 비용과 관련해서도 한국전력 이사들에게 배임 등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로 5월 강원랜드 이사들이 부당한 기부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과 관련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면서 한국전력 이사들도 한전공대 설립 문제를 가볍게 다룰수만은 없게 됐다.
강원랜드 이사회가 2014년에 폐광지역 협력사업비 150억 원을 기부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대법원은 5월16일 선량한 관리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찬성한 사외이사 7명에게 30억 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12일 전국경제투어 10번째 일정으로 전라남도 나주혁신도시를 방문해 “예정대로 한전공대를 2022년에 개교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며 임기 안에 한전공대를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보였다.
광주와 전라남도에서는 한전공대 설립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범시도민 지원위원회를 19일 출범하기로 하면서 한전공대를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압박을 한국전력에 보내고 있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한전공대 범정부 설립지원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해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정부 지원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7월15일 한전공대 범정부 설립지원위원회에서는 한국전력이 우선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사업비를 부담하고 정부에서는 개교 이후 시설 운영 예산과 추가 건설비용을 담당하기로 윤곽이 잡혔다. 구체적 금액은 결정되지 않았다.
구체적 금액없이 정부의 방향만 나온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을 한국전력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일지 이사회에서 심의·의결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배임을 의식해 설립계획안을 우선 부결한 뒤 정부와 협의를 지속하며 충분한 지원방안을 끌어내고 추후에 의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국전력 이사회는 김종갑 사장 등 사내이사 7명과 김태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 8명으로 이뤄졌고 김 교수가 의장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