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뇨라 사장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하는 데 긴 시간을 들인 탓으로 경영적으로 고전한데다 본사로부터 부산 공장의 일감이 될 수출물량조차 배정받지 못한 만큼 올해는 임금협상의 조기타결이 절실하다.
▲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하지만 노조가 회사로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요구안을 제시해 시뇨라 사장의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29일 르노삼성차 노사에 따르면 여름휴가가 끝나는 8월7일 이후 단체교섭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미 내부 논의를 마치고 회사 쪽에 ‘2019 임금 요구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임단협에서 제시했던 것보다 임금 인상폭이 더욱 늘어나는 등 회사로서는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요구사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기본급을 10만667원 인상해 줄 것으로 요구했는데 올해 임금협상에서는 이보다 52% 늘어난 15만3335원 인상을 요구했다.
사실상 노조가 지난해보다 임금 인상폭을 늘려 제시한 것은 올해 임금협상에서는 지난해처럼 기본급 동결과 같은 양보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만큼 르노삼성차는 올해 임단협 타결에서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기본급을 동결하는 데 뜻을 모았다.
시뇨라 사장은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정비를 늘리는 것을 막아야하는 만큼 올해에도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게다가 지난해 임단협을 빠르게 마무리하지 못한 탓으로 본사로부터 신뢰를 잃어 내년에 출시할 XM3 유럽 수출물량 확보에도 고전하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본사로부터 받는 물량 배정에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만큼 시뇨라 사장은 올해 임금협상의 원만한 타결이 절실하다.
하지만 지난해 임단협에서 수출물량 확보가 절실하다는 이유를 앞세워 노조의 양보를 이끌어낸 만큼 올해에도 같은 이유로 노조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은 셈인데 이 때문에 시뇨라 사장은 기본급 인상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지난해 임단협에서 노동환경 개선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만큼 인력채용 확대를 약속할 수 있다. 또는 2018년 임단협 때처럼 일시금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본사의 물량배정 불가'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지만 2년 연속 같은 주장을 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노조는 지난해와 같은 '미봉책'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르노삼성차는 2018년에 자동차를 국내 9만369대, 해외 13만7208대 등 세계에서 모두 22만7577대를 팔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본사로부터 배정받은 물량을 통해 올린 것이다.
노조가 지난해 임단협에서 시뇨라 사장의 교섭 불참 등에 불만을 품어온 만큼 올해 임금협상에서는 시뇨라 사장이 노조의 불만을 해소하고 대화로 설득하기 위해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뇨라 사장은 이날 프랑스로 2주 동안 휴가를 떠났는데 이 기간에 본사를 방문해 XM3의 유럽 수출물량의 부산 공장 배정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올해까지만 닛산로그 물량을 위탁 생산한다. XM3의 유럽 수출물량은 연간 8만여 대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당장 공장 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2018년 부산 공장에서 생산된 닛산 로그는 모두 10만7245대로 전체 생산량의 47%를 차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