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합병반대에 대해 "상도의가 어긋난 행위"라고 비판했다.
황 회장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황 회장은 삼성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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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에 영향력을 미치는 금융투자협회를 이끌고 있어 황 회장의 발언이 합병논란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14일 “외국계 헤지펀드가 한국 자본시장에 와 분탕질치는 것을 방치하면 안 된다”며 “이번 건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무산된다면 세계 벌처펀드가 한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삼성그룹을 포함한 국내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측면에서 문제점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장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또 “이번 합병이 무산되거나 (삼성그룹이) 경영권을 위협받는다면 삼성그룹과 대한민국의 평판에 먹칠을 하고 한국기업의 지배구조가 지닌 취약성을 세계에 노출하게 된다”며 “투자자들이 시장의 장기 발전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삼성물산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향해서도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황 회장은 “지배구조 선진화나 외국주주의 요구사항에 우선하는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합병이 주주가치를 제고하느냐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굳이 반대편에 서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황 회장은 삼성물산을 향해 “그동안 삼성물산 주가가 방임상태로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의도적으로 신경을 안 쓴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심을 지우고 주주 친화적 정책을 내놓아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그 뒤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 팀장,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인사팀 팀장, 삼성전자 자금팀 팀장, 삼성생명 전략기획실 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황 회장은 스스로도 가장 오래 다닌 직장은 삼성그룹이라고 이야기한다.
황 회장은 삼성그룹을 나와 한미은행 비상임이사를 시작으로 1998년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회 국제금융분과위원회 위원을 거쳐 이듬해인 1999년 삼성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으로 친정에 복귀해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까지 지냈다. 이후 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을 맡았다.
황 회장은 파생상품 투자에 따른 대규모 투자손실과 관련해 KB금융지주 회장 시절 금융위원회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았으며 금융당국과 마찰 끝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황 회장은 올해 1월 금융투자협회 3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업계, 자산운용업계, 선물업계 등 국내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다.
협회장은 금융당국에 정책을 건의하며 회원사의 투자규정 등을 자율적으로 감독한다. 금융권에서 은행연합회나 보험협회 등 다른 협회보다 금융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다.
하지만 황 회장이 협회장 선거에서 ‘강한 협회’를 공약으로 내걸어 선출됐던 만큼 황 회장은 금융권에서 발언권을 키우려고 애쓰고 있다.
황 회장은 삼성그룹에서 요직을 거친 데다 금융지주 회장을 2차례나 역임했다. 또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을 지내 법률관련 전문성과 인맥도 상당한 데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대표이사 회장도 맡고 있다.
황 회장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합병 반대와 관련해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말을 아꼈다.
그는 지난 10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국민연금의 판단기준은 이번 합병이 삼성물산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닐지에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일은 필요하다”며 “다만 국민연금은 덩치가 매우 크고 국민의 재산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도구로 쓰는 것보다 운용수익률 극대화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