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하반기 연이어 신차를 출시하면서 자존심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대표하는 중형세단 쏘나타와 K5가 다음달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점점 커지고 있는 국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시장에서도 싼타페와 쏘렌토, 투싼과 스포티지가 승부를 펼친다.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시장 판매량이 엇갈리면서 두 회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SUV시장에서 소형 SUV와 중형 SUV로 맞대결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오는 9월 신형 스포티지를 출시한다. 신형 스포티지는 2010년 이후 5년 만에 나오는 완전변경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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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호 현대차 사장 |
스포티지가 출시되면 현대차의 신형 투싼과 소형 SUV시장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투싼과 스포티지는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을 공유하고 있다.
기아차는 신형 스포티지에 2.0리터 엔진 외에도 1.7리터 엔진을 탑재해 소형 SUV시장을 공략하려 한다. 앞서 현대차도 신형 투싼에 1.7리터 엔진을 탑재했다.
스포티지는 지난해 기아차 SUV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다. 2010년 3세대 스포티지가 출시돼 비교적 오래됐지만 4만7700여 대 판매되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투싼도 지난해 4만1700여 대 판매되며 스포티지의 뒤를 바짝 쫓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형 SUV시장에서도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올해 SUV 판매1위를 두고 현대차의 싼타페와 기아차의 쏘렌토가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쏘렌토는 지난해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한 뒤 올해 들어 국내 SUV 판매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1위였던 싼타페는 이달 초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1위를 탈환하려 한다.
싼타페와 쏘렌토도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가격도 싼타페의 부분변경 모델인 ‘싼타페 더 프라임’이 2817만~3633만 원, 쏘렌토의 가격이 2765만~3685만 원으로 차이가 없다.
현대차는 특히 이번에 싼타페의 안전성을 대폭 보강하면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 최근 실시한 종합평가 결과 쏘렌토가 싼타페보다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 쏘나타와 K5도 하반기 대결
하반기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력모델인 쏘나타와 K5도 중형세단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기아차는 오는 15일부터 신형 K5의 사전예약을 받는다. 신형 K5는 2010년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완전변경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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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
현대차도 6월 안에 LF쏘나타 1.6 터보와 LF쏘나타 1.7 디젤의 사전예약을 시작한다. 두 모델은 현대차가 지난해 출시한 LF쏘나타의 파생모델이다.
현대차는 당초 LF쏘나타 1.6 터보를 오는 8월 출시하려 했지만 내수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정을 앞당겼다.
두 차량의 출시시기가 겹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자존심을 걸고 판매량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쏘나타는 현존하는 현대차 모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모델이다. 1985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뒤 지난해 7세대 모델인 LF쏘나타까지 출시됐다.
쏘나타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12년 연속 국내 판매1위를 유지하며 국민차로 자리잡았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아반떼에 역전당했지만 지난해 1위를 되찾았다.
K5도 기아차의 주력모델이다. K5는 출시된 뒤 최근까지 모두 130만 대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아차는 한때 RV(레저용 차량)에 비해 세단 라인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런 우려를 없앤 모델이기도 하다.
쏘나타는 2010년 6월 K5에게 중형세단 판매1위를 내주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 내부경쟁 심화 조짐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그동안 서로의 판매량을 깎아먹지 않게 출시시기를 조율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여러 차종의 출시시기가 겹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입지가 좁아지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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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사장(왼쪽)과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이 지난 4월 열린 '2015 서울모터쇼'에서 신형 K5를 선보이고 있다.<뉴시스> |
특히 현대차 내부의 위기감이 더욱 크다.
올해 들어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반면 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41.3%, 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28%였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점유율이 38%대로 내려섰다. 반면 기아차는 올 들어 28~29%를 오가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희비는 지난 5월 더욱 엇갈렸다. 현대차는 5월 내수시장에서 사상 최초로 36개월 무이자 할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6.4% 감소했다.
기아차의 5월 내수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나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많은 차종에서 플랫폼과 엔진을 공유한다. 하지만 차를 판매하는 영업과 신차를 기획하는 상품기획실은 별도로 두고 있다. 영업거점도 다르다.
현대차가 지난 4월 국내시장을 분석한 문건에서 내수시장 위협요인으로 기아차 쏘렌토와 카니발의 판매 호조를 지목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최근 울산공장 인근에 있는 사외주차장 이용 차종을 현대차로 제한하면서 기아차 차량도 주차하지 못하게 한 점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경전을 보여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