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가 장기 인보험 1위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장기 인보험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삼성화재는 독립보험대리점(GA) 판매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각각 1위를 차지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장기 인보험 1위 자리를 놓고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가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이고 있다.
1월부터 6월까지 장기 인보험 신계약 실적 기준으로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각각 3달씩 1위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는 ‘무승부’인 셈이다.
메리츠화재는 2017년부터 장기 인보험에 주력한 결과 2018년 삼성화재와 함께 손해보험업계 ‘빅3’로 꼽히던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을 제치고 4위에서 2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삼성화재가 오랜 기간 지켜 온 1위 자리마저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메리츠화재가 무서운 속도로 뒤를 쫓자 삼성화재도 부쩍 메리츠화재를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7월 첫째 주에 장기 인보험 판매로 초회보험료를 3만 원 이상 확보한 독립보험대리점(GA) 설계사에게 300%에 이르는 시책비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기간 다른 손해보험회사들의 시책비가 150~250%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7월 들어서는 가입기준을 완화한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장기 인보험 가운데 하나인 암보험 상품의 가입연령을 기존 65세에서 70세로 높이고 유사암 진단비도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올려 팔고 있다.
삼성화재가 독립보험대리점에서 공격적 영업전략을 펼치는 것은 기존에 비교적 '보수적' 태도를 유지하며 시책비 경쟁이나 가입기준 완화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삼성화재는 메리츠화재의 적극적 영업으로 장기 인보험 1위를 지키기 어려워지자 독립보험대리점의 판매비율을 높이려 시책비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시책비는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고 가입기준은 여러 손해보험회사들이 매달 조금씩 조정한다"며 "독립보험대리점의 판매비율을 높이는 것을 놓고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독립보험대리점의 판매비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반면 메리츠화재는 장기 인보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은 7월 CEO메시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할 모든 창의성을 강구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는 앞서 치아보험, 치매보험 등 파격적 보장을 내건 상품들을 내놓았던 만큼 앞으로도 고객들의 눈길을 끄는 상품을 개발해 장기 인보험 1위 자리에 오르려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가 상품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것은 이미 사업비율이 높아 시책비를 늘리는 데 부담이 크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의 1분기 기준 사업비율은 29%로 삼성화재(20.8%), 현대해상(20.6%), DB손해보험(20.9%) 등 경쟁사와 비교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사업비율은 전체 매출 가운데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사업비율이 높을수록 독립보험대리점(GA) 수수료 등 사업비 지출이 크다는 의미로 그만큼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쳤다는 것을 뜻한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시책비 지출에 의존하지 않고 상품 경쟁력을 갖춰 1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