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9-07-09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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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그룹이 9일 실시한 연구개발본부 조직 개편의 개요도.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연구개발본부 조직이 7년 만에 탈바꿈했다.
차량의 개발 초기부터 최종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유기적으로 아우를 수 있도록 연구개발본부를 바꿔 미래차 시장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최초로 연구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는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이번 조직 개편으로 현대차그룹을 자신이 밝힌 대로 자동차산업의 ‘민첩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만드는 데 더욱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다.
◆ 현대차그룹, 미래차 시대 맞아 7년 만의 연구개발 조직 개편 단행
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연구개발본부 조직 개편은 2012년 3월 이후 7년여 만에 이뤄졌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그룹의 성장 과정에서 변곡점을 마주할 때마다 연구개발조직에 변화를 줬다.
2003년에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연구조직을 남양연구소로 한 데 모았다. 당시 각 지역에 분산돼있던 조직을 하나로 합쳐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본격적으로 판매량이 성장 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한 2006년에는 ‘글로벌 개발체계 구축’을 목표로 플랫폼센터조직을 추가했고 2012년에는 상품성 강화를 위한 ‘기술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기능전문화조직을 신설했다.
이번에 진행된 조직 개편도 이런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본부 개편 역사의 연장선에 있다.
최근 2~3년 동안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첨단 기술들로 중무장한 자율주행차로 옮겨가면서 현대차그룹이 흐름에 발맞춰 변화해야할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
현대차그룹이 기존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 설계, 전자, 차량성능, 파워트레인 등 5개의 병렬형 조직 체계를 △제품통합개발담당 △시스템부문 △PM담당 등 ‘삼각편대’로 재편한 것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 능동적·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차량의 기본 구조 위에 기술을 쌓고 차별성을 부여한다’는 삼각편대 조직의 출범에 있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 ‘민첩하게’ 속도낸다
이번 조직 개편에는 연구개발본부의 총책임자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비어만 사장은 1월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으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구개발본부장으로서 모든 기술을 관장해야 하고 경쟁력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어떤 한 기술만을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다”며 “모든 부문이 제대로 활동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
현대차그룹이 비어만 사장을 연구개발본부장에 발탁한 지 약 7개월 만에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은 비어만 사장의 구상을 상당 부분 받아들여 그의 보폭을 확대하는데 힘을 실어준 것이라 볼 수 있다.
비어만 사장으로서는 30년 이상 BMW에서 일하며 경험한 여러 노하우를 현대차그룹에 이식하기 위해 첫걸음을 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BMW그룹은 산하 브랜드 미니(MINI)와 롤스로이스 등 새 모델의 초기 콘셉트 단계에서부터 양산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를 수 있는 연구개발조직인 연구혁신센터(FIZ)를 이미 30여 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BMW그룹의 유기적 조직은 자동차산업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이 비어만 사장을 위한 판을 깔아준 만큼 앞으로 그룹의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그에게 짊어진 역할과 책임도 상당히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어만 사장이 연구개발본부를 미래 기술에 얼마나 ‘민첩한 조직’으로 만드느냐에 현대차그룹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 폴크스바겐과 BMW, 토요타 등은 자율주행과 친환경차에 수 조원 이상의 돈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나섰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2년 동안 모빌리티 분야의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전략적 투자하거나 협업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글로벌 선두기업과 직접 경쟁하기에는 규모가 다소 약한 편이다.
이를 단기간에 극복하기 위해 외부 기업과의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도 중요하지만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술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독보적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비어만 사장이 5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욱 적응력 있고 민첩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회사 문화를 계속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들로 이해할 수 있다.
비어만 사장은 이번 조직 개편을 놓고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연구개발 환경과 협업 방식의 변화를 통해 불확실성이 커지는 미래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