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보건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확산되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처럼 내수와 수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
|
▲ 강원 동해소방서 직원들이 5일 메르스 감염환자 이송과정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메르스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전염력과 치사율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며 “메르스는 3차 감염자 확인을 기점으로 진정과 확산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메르스는 5일 기준으로 사망자 4명을 포함해 확진환자가 41명으로 늘어났다. 격리자 수도 3차 감염자가 확인된 지난 2일 750명에서 5일 1820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메르스가 심각하게 퍼질 경우 상품과 서비스 교역 감소에 다른 수출부진, 소비심리 위축으로 생기는 내수경기 침체, 서비스업종의 산업활동 감소가 한꺼번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지금 수출증가율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내수경기에 중국인 관광객이 미치는 영향도 커져 있다”며 “메르스 사태가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면서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르스는 본래 감염자 1인당 0.6~0.8명 수준으로 감염력이 높지 않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의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 경제에 주는 영향도 일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메르스가 보건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지역사회까지 대규모로 전파되면 사스처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홍콩과 중국은 사스가 유행한 2003년 당시 경제에 큰 영향을 받았다”며 “메르스의 향후 전개에 따라 최악의 경우 그때의 혼란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콩과 중국은 2003년 사스로 각각 299명과 349명이 사망했다. 홍콩은 그해 3분기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두 나라는 모두 2003년 4월부터 입국자가 크게 줄어 8월에야 원래 수준을 회복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엔화약세에 메르스 확산이 겹치면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메르스 때문에 회복조짐을 보이던 내수는 물론 환율 영향으로 부진한 수출에도 부담이 커졌다”며 “수출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원화약세 현상을 유도하는 차원에서라도 기준금리 추가인하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