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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에 대한 이건희와 이재용의 고민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4-12 14: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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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생명에 대한 이건희와 이재용의 고민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모든 금융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핵심이다. 심지어 삼성전자까지 지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재용체제를 여는 시작은 삼성전자이지만, 그 완성은 삼성생명이라는 말도 나온다.

삼성은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를 통한 전자 부문의 지배력을 확보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건설과 화학 부문을 장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금융부문의 경우 이미 삼성생명이 주요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특별한 과제가 없다.

그렇지만 삼성생명 문제는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에 대한 정리이고, 두 번째 문제는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여론의 싸늘한 시선이다. 이 두 가지를 놓고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은 6개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장기업인 4개 회사는 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화재, 삼성증권이다. 이들은 삼성생명 아래로 모여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10.4%)와 삼성증권(11.1%)의 최대주주이고, 삼성카드의 2대주주(34.4%)다. 2대주주지만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의 구조이므로 삼성전자를 통해 지배력 행사가 가능하다.

삼성생명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삼성전자와 관계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2.9%다. 이 미미한 지분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삼성생명이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지분 7.6%를 가진 삼성생명이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의 지분 2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리하자면 이건희→삼성생명→삼성전자의 구도인 셈이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현 상황에서 삼성생명을 거치지 않고 삼성전자에 직접 지배력을 확보할 길은 없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다.


◆ 이재용은 어떻게 삼성생명을 상속받을까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의 지분 20.8%는 현 시가로 4조 원이 조금 넘는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 지분을 물려받는 경우 2조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30억 원을 초과하는 상속 또는 증여세의 세율이 50%인 탓이다.

이 돈을 내고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된다면 이재용→삼성생명→삼성전자의 형태로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다. 당연히 삼성전자 아래에 있는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의 밑에 있는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도 장악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의 지분 11.3%를 동원해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을 수 있다. 삼성SDS는 순환출자에서 빠져있기 때문에 삼성그룹 경영권과 상관없다. 삼성SDS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계산은 힘들지만 장외주가 등을 고려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9천억~1조 정도로 추산된다.

삼성SDS가 상장되면 더 많은 돈을 확보할 수 있다. 한 경영분석전문기업 대표는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상장 후 지분매각을 거치면 증여세를 상당부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나리오는 이미 2009년부터 제기됐다. 당시 삼성전자의 한 간부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직접 승계하는 정공법을 쓸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2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함께 이어받는 유일한 방법이다.

만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지 못하면 에버랜드가 지분 19.3%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에 오를 수도 있다.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재용→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의 구도가 된다.

하지만 이 경우 문제는 금융지주회사법상 이런 구도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을 거느린 금융지주회사가 되어 삼성전자를 떼어내야 한다.

금융지주회사법을 피해가려면 삼성생명이 에버랜드 자산총액의 50% 미만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193조 원, 에버랜드의 총자산은 8조 원으로 규제를 피해가기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지분 20.8%를 물려받는 길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에 대한 이건희와 이재용의 고민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생명 고객 돈으로 계열사 지배한다는 따가운 시선도 승계?

그동안 삼성생명은 고객의 돈을 이용해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하고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들어왔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재벌총수가 금융 계열사에서 유치한 고객 돈으로 비금융계열사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삼성생명이 상장한 2010년에도 이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당시 삼성생명 유배당 보험 상품 계약자 2802명이 삼성생명이 상장을 추진하면서 계약자에게 한 푼의 배당도 없이 이건희 일가가 30조원의 이익 전부를 독식하려 한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유배당보험은 보험료가 높은 대신 보험금 이외에 별도의 이익이 발생할 경우 배당을 약속한 보험 계약이다.


이들은 “상장 전 자산의 가치를 따져 주주 몫과 계약자 몫을 나눠 계약자 몫은 계약자에게 돌려 달라”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의 총자산 안에 보험계약자의 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상장을 추진하며 삼성생명의 자산이 시가로 평가되자 전체 자산가치가 올라 시세차익이 생겼다. 그 중 보험계약자의 몫에 해당하는 이익을 배당해달라는 소송이었다.

미국 최대 생명보험사 메트라이프는 지난 2000년 상장하며 주식의 69%를 보험계약자에게 배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주인은 계약자가 아닌 주주다. 이에따라 삼성생명은 소송에서 이겼지만 고객의 돈으로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성명을 통해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상장과 관련해 최소한 도덕적, 상식적으로 당당하지 못하다”며 보험계약자의 몫을 자진해서 사회에 환원할 것을 요구했다.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현행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를 규정을 두고 있다. 금산분리는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것으로 금융회사에 묶인 고객의 돈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규제다. 고객 돈으로 다른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 법에 따라 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금융회사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때 시장가격 기준 총자산의 3%까지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독 보험 업종만은 '취득원가'로 되어 있다.

이 규제로 혜택을 받고 있는 사례는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 총자산 약 193조 원의 3%는 약 5조8천억 원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의 주식을 19조 원 넘게 보유하고 있다. 3%가 훨씬 넘는 금액이지만 취득원가 기준으로는 1.7%에 불과하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삼성생명을 겨냥해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보험회사도 다른 금융회사처럼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금산분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만약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13조 이상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

삼성생명이 다른 계열사의 주식을 모두 팔고 삼성전자 주식만 남기더라도 지분율은 7.6%에서 2.9%대로 떨어진다. 동시에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바뀌며 이건희→삼성생명→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무너지게 된다.

물론 이 법안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벌써 삼성의 로비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한 야당 의원은 “삼성이 법안통과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이재용체제로 전환돼도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맞이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리스크도 역시 이재용 부회장에게 고스란히 승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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