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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얼굴의 사나이 허민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4-11 19: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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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얼굴의 사나이 허민  
▲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뉴시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에게 3개의 얼굴이 있다. 경영자, 투자자 그리고 고양 원더스 구단주이자 야구선수다.

허 대표가 세운 네오플은 경영자로서 얼굴을 보여준다. 또 위메프는 투자자로서 그의 얼굴이 담겨있다. 네오플은 과거이고 위메프는 현재다.

◆ 네오플, 허민이 시작해 넥슨에서 꽃피우다

네오플은 허 대표의 출발점이다. 2001년 4월 서울대 동기 5명과 함께 차린 벤처기업이었다. 처음부터 네오플이 게임회사였던 것은 아니다.

허 대표가 내놓은 첫 상품은 ‘잠 깨우는 팔찌’였다. 미리 맞춘 시간에 가벼운 전기충격을 줘 잠을 쫓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전기고문을 받는 것 같아 시제품만 만든 채 흐지부지됐다. 허 대표는 “원래 (그런 상황이면) 회사가 망해 없어져야 하는데 친구들이 모여 운영하던 회사다 보니 계속 명맥을 유지했다”고 회고했다.

네오플이 정식으로 선을 보인 계기는 온라인 미팅 게임 ‘캔디바’다. 허 대표가 친구의 소개팅 부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 이후 수능 퀴즈 ‘러브러브스튜디오 Plus Q’와 방송에서 인기를 얻은 ‘쿵쿵따 시리즈’ 등 다양한 게임을 추가로 만들었다.

캔디바가 2003년 2월 동종업계 사이트인 ‘넷마블’ ‘D3i’와 함께 ‘쿵쿵따’ 게임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허 대표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 뒤 출시한 게임 18개도 모두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 2005년 출시한 온라인 야구 게임 ‘신야구’는 캐릭터 디자인을 놓고 일본 게임개발사인 코나미와 법정 다툼까지 갔다. 그 와중에 허 대표도 30억 원의 빚을 졌다.

허 대표는 2006년 8월 출시한 게임 ‘던전 앤 파이터’를 통해 반전을 이뤄냈다. 던전 앤 파이터는 출시 2개월 만에 100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2008년에 가입자 600만 명, 동시접속자 15만 명을 넘기며 최대 흥행작이 됐다.

네오플은 2007년 기준 연 매출 448억 원에 영업이익 331억 원을 기록했다. 중견 게임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2008년 중국시장에 진출하면서 5천만 달러(약 520억 원)를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에게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네오플은 2008년 7월 넥슨에 전격적으로 인수됐다. 던전 앤 파이터의 꾸준한 흥행 때문이다. 게임 전문가들은 넥슨이 네오플을 사들이는 데 약 2천~3천억 원 이상을 썼을 것으로 본다. 넥슨의 지주회사 넥슨홀딩스의 2007년 매출이 2634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한 셈이다.

당시 넥슨은 ‘카트라이더’와 ‘메이플스토리’ 이후 뚜렷한 성공작을 내지 못한 상태였다. 경쟁사인 엔씨소프트와 NHN에 밀린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었다. 시장 1위 타이틀과 안정적 현금 수익원이 필요했던 넥슨에게 네오플은 안성맞춤인 회사였다. 매출액 순위에서 NHN과 엔씨소프트에 한참 밀렸던 넥슨은 네오플을 인수한 뒤 매출 3500억 원을 넘기며 게임업계 1위로 올라섰다.

◆ 네오플 영업이익률 91%의 놀라움

네오플은 허 대표의 퇴진 뒤 2008년 9월 넥슨 이사 출신인 서민 사장(현 넥슨 사장)을 맞아 체제 정비에 들어갔다. 서 사장 체제에서 네오플은 해외영업에 주력했다. 이 전략이 가장 잘 통한 시장이 중국이다.

던전 앤 파이터는 2008년 12월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한 뒤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중국 총 가입자는 4억 명 이상이며 동시접속자도 300만 명을 넘겼다. 네오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던전 앤 파이터로 네오플이 중국에서 벌어들인 누적 매출액은 1조 원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오플이 넥슨에 편입된 뒤 처음으로 내놓은 3D 액션 온라인 게임 ‘사이퍼즈’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1년 6월 출시된 사이퍼즈는 출시 1개월 만에 동시접속자 2만 명을 넘겼다. 지난해 기준으로 사이퍼즈는 8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확보했다. 네오플은 현재 사이퍼즈를 대만, 홍콩, 마카오 지역에서 서비스중이다. 올해 중국에도 진출한다.

네오플의 흥행에 힘입어 넥슨의 한국법인 넥슨코리아는 국내 게임회사 중 최초로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넥슨코리아는 2012년 매출 1조1천억 원, 영업이익 3190억 원을 기록했다. 게임 전문가들은 네오플이 넥슨의 ‘매출 1조 원 클럽’ 가입에 결정적으로 공헌했다고 평가했다.

허 대표는 네오플 대표였던 2005년 “우리 회사의 모토는 놀라움을 만든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가 회사를 떠난 지금도 네오플은 여전히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네오플은 지난해 매출 4528억 원, 영업이익 3974억 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 91%에 이른다.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국내 게임회사 중 4위다.

◆ 네오플 멤버 다시 모인 위메프

허 대표는 2010년 10월6일 열린 소셜커머스 웹사이트 위메프 공개 기자간담회에 투자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2년 전 네오플을 넥슨에 넘기고 미국으로 떠난 뒤 첫 복귀현장이었다. 그는 “열정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위메프 설립에 약 15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얼굴의 사나이 허민  
▲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가 2011년 7월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위메프 대표이사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종한 나무인터넷(현 위메프) 전 대표를 비롯해 유제일, 신원동 등 위메프 설립자들은 허 대표와 네오플에서 모두 한솥밥을 먹었던 사람들이다. 이 전 대표는 네오플 아르바이트 직원에서 경영기획실장에 올랐다. 다른 구성원들도 네오플 CFO와 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벤처업계에서 헤어졌다 다시 모이기는 쉽지 않다.

허 대표의 지원을 업고 위메프는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했다. 웹사이트 오픈 당일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 1만4900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에 판매해 매진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당시 위메프가 시내버스 1천 대에 광고를 싣는 등 홍보에만 1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본다.

이에 힘입어 위메프는 사업 개시 2개월 만에 누적매출 100억 원을 기록하며 티켓몬스터(티몬), 쿠팡과 더불어 ‘업계 3강’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위메프는 사업 시작 후 1년이 지나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2011년 6월 들어 티몬과 쿠팡이 각각 월 매출 260억 원, 230억 원을 기록한 반면 위메프는 100억 원대에 그쳤다. 해외에서 상륙한 그루폰코리아에 업계 3위 자리를 위협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영업 담당 직원 40여 명을 내보내고 방송광고를 끊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허 대표는 2011년 7월 위메프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이와 함께 30억 원을 유상증자하는 등 총 500억 원을 더 투자했다. 10월 직원 40%를 내보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허 대표는 취임 당시 “현재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은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경쟁이 과열됐다”며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 부으면 1위를 차지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정보를 알려주는 포털사이트 ‘우리동네 네이버’와 실시간 위치 기반 쿠폰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위메프 나우’ 등을 위메프와 결합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두 서비스를 위해서라면) 500억 원이 모자랄 경우 더 투자할 용의도 있다”며 적극적인 사업의지를 내비쳤다.

◆ 위메프 소셜커머스 업계 1위 등극

허 대표는 2년 후인 지난해 7월 갑자기 위메프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신 공동대표였던 박은상 대표로 하여금 단독으로 위메프를 이끌게 했다. 허 대표가 경영에 참여한 2년 동안 위메프 경영실적은 서서히 회복됐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회원 수 800만 명에 거래액 730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상반기 모바일 웹사이트 방문 순위 18위로 경쟁업체들을 제치며 모바일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 정보 포털사이트 등 직접 추진했던 사업들은 별다른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허 대표의 퇴진을 불러왔다는 시각도 있다.

허 대표가 물러난 뒤 위메프는 다시 한번 마케팅에 힘을 기울였다. 광고비를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투입하면서 이승기와 이서진 등 유명 배우를 기용한 방송 광고를 내보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걸쳐 구매 금액 50%를 적립하는 ‘블랙 프라이스 세일’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위메프는 드디어 소셜커머스업계 1위에 올랐다. 지난 1월13일 닐슨코리안 클릭 조사에 따르면 위메프는 지난해 12월 순방문자 1274만 명을 기록해 쿠팡과 티몬을 따돌렸다. 거래액도 1500억 원 수준으로 가장 높았다. 위메프는 지금도 소셜커머스 3사 중 방문자 수 1위를 지키고 있다.

허 대표는 위메프가 설립된 2010년 10월 인터뷰에서 “위메프를 처음 봤을 때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무대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분명히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그가 떠난 지금 위메프는 성공을 향한 새로운 방안을 시도중이다.

박 대표는 지난 1월 ‘재구매율’과 ‘위메프POP’을 내세운 새로운 경영방침을 발표했다. 매출보다는 소비자의 재구매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기로 했다. 또 ‘아마존POP’을 본떠 배송기간과 고객 만족도 등을 수치화한 위메프POP를 거래품질 관리지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허 대표는 2012년 12월 열린 야구인 대상의 한 시상식에서 “내 인생은 ‘너클볼’과 같다”고 말했다. 투수가 던지는 구종 가운데 하나인 너클볼은 무회전 볼이라 그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한다. 경영자와 투자자로서 허 대표의 다음 너클볼이 겨냥하는 곳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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