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GIO)이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와 한국경영학회의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GIO)이 글로벌 관점에서 기업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글로벌투자책임은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와 한국경영학회의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이 글로벌투자책임이 공개적 자리에 나선 것은 2016년 라인의 상장 뒤 3년 만이다.
그는 “기업이 크다, 작다는 건 반드시 글로벌 규모로 놓고 봐야지 우리나라만 따로 떨어뜨려 놓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5조 원, 10조 원 규모의 회사가 크다고 규제하는 것이 나라에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는 자산규모가 5조 원 이상이라고는 하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큰 것이 아니다”며 “회사가 성장하고 커지는 걸 부도덕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2017년 자산 규모가 5조 원을 넘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이 글로벌투자책임은 최근 기업에 과도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되는 것을 놓고도 소신발언을 했다.
그는 “세계에서 경쟁하기에도 벅찬 트랙터 기술기업에게 일자리를 잃는 농민들한테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한다면 너무 큰 부담일 것”이라며 “이런 기업을 ‘탐욕적이고 돈이 많은 회사다’라고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네이버를 일반적 대기업과 비슷하게 보는 시선에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 글로벌투자책임은 “사측, 회장님, 총수님 같은 표현은 몇십년 넘게 같이 일해왔던 입장에서 속상하다”며 “네이버는 어디까지가 사측이고 어디까지가 사측이 아닌지 구분할 수 없는 구조로 새로운 지배구조와 투명성을 지닌 모델을 제시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한 번도 네이버가 내 회사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지금도 제 지분은 3%라 혼자 의사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글로벌투자책임은 네이버의 미래와 관련해 "네이버가 구글 등의 ‘제국주의’에 저항해서 살아남은 회사였으면 좋겠다“며 ”후손들이 봤을 때 ‘네이버가 있어서 우리 마음대로 분석하고 잘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수익모델을 계속 지키는 기업은 생명력이 떨어진다”며 “기업의 미래는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네이버에서 맡을 역할에 관한 질문에 이 글로벌투자책임자는 “20년이 돼서 감도 많이 떨어지고 휴대전화에 글자도 잘 안 보인 지가 꽤 됐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기여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단계”라고 대답했다.
그는 은둔형 경영자라는 세간의 평가에는 “인터넷에서 네이버 욕하는 댓글을 많이 보는데 사실 엄청나게 괴롭고 상처를 많이 받는다”며 “내성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 은둔형 경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