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결정 이후 삼성SDS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데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받는 과정에서 삼성SDS 주식을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받고 있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1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더 높이기 위해 삼성SDS 지분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삼성SDS 주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SDS 주가는 지난달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결의한 뒤 29일 33만5천 원까지 올랐다. 삼성SDS 주가는 1일 종가 기준으로 31만1500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합병 발표 전 거래일인 22일 26만5천 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오른 상태다.
삼성SDS 주가가 오를 경우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더욱 유리하게 삼성SDS 지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간접적 영향력이 늘어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52%에 불과해 추가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3.38%와 삼성그룹의 또 다른 축인 삼성생명 주식 20.76%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를 물려받으려면 8조원 안팎의 상속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SDS 지분을 직접 처분하거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려고 한다면 삼성SDS 주가 상승은 이 부회장에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SDS 주가가 오른 데는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SDS 주식가치 상승은 삼성전자 주주들의 반발을 키울 수도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갤럭시S6 부진설, 삼성SDS와 합병설 등으로 좀처럼 힘을 쓰고 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129만1천 원을 기록하며 13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직전 거래일보다 1.22% 하락한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놓고도 오너 일가의 지분이 1.4%에 불과한 삼성물산의 가치가 저평가 됐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이라는 것이다.
증권가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소규모 합병을 선택할 경우 이런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규모합병은 합병회사가 발행하는 신주가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를 넘지 않으면 추진할 수 있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이사회 승인만으로 합병을 결의할 수 있어 주식매수청구권 등 주주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보유한 자사주 12.5%만으로도 소규모합병을 추진할 수 있어 삼성SDS 주가상승에 따른 신주발행 증가의 부담이 거의 없다. 삼성전자 자사주의 규모는 27조 원 수준으로 삼성SDS 시가총액을 넘어선다.
이 부회장으로서 부담은 적으면서 삼성SDS의 가치가 오른 만큼 삼성전자의 주식을 더 획득할 수 있어 유리한 셈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규모 합병은 오너 일가가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을 쉽게 확보하고 양도소득세도 피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