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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트 하이너 아디다스 CEO |
글로벌 스포츠용품 시장의 대표주자인 미국의 나이키와 독일의 아디다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만년 2위’ 아디다스가 포문을 열고 나이키에 거세게 도전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매출 기준으로 신생 브랜드 ‘언더아머’에 3위 자리를 내주는 등 굴욕을 겪었다.
하버트 하이너 아디다스 CEO는 아디다스의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기존과 다른 전략을 들고 나왔다. 그의 전략은 ‘도시와 여성을 공략해 2020년까지 연간매출 220억 유로 달성’으로 요약된다.
하이너의 이런 전략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아디다스는 올해 1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경영실적을 올렸다. 환율악재 속에서 이룩한 성과라 의미가 더욱 크다.
나이키는 이런 아디다스의 도전에 ‘할 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맞서고 있다. 레포츠와 여성을 공략하는 마케팅은 나이키가 더 잘한다고 여유를 부린다. ‘글로벌 1위 스포츠 브랜드’는 나이키의 자리라고 자신한다.
스포츠용품회사들이 레포츠와 여성을 공략하는 것은 경영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이들은 유니클로와 H&M 등 이른바 SPA 브랜드 의류회사들이 스포츠 쪽을 곁눈질하는 것에 위기를 느끼고 있다.
◆ 아디다스, 부진 깨고 기지개 펴다
아디다스가 올해 1분기 오랜만에 부진을 털고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인상적인 실적을 올렸다.
아디다스는 1분기 매출이 45억4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성장했다.
올해 1분기 아디다스의 미국과 중국시장 매출도 각각 28%와 44% 늘었다. 이 덕분에 올해 1분기 순익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해 2억 달러를 돌파했다.
하버트 하이너 아디다스 CEO는 “아디다스는 미국시장에서 마라톤의 반환점을 돌기 시작했다”며 “나이키, 언더아머와 경쟁을 마라톤으로 보고 아디다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준비한 전략을 천천히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는 2000년대 이후 나이키와 매출격차가 벌어지는 등 부진을 겪어왔다. 아디다스의 1년 매출이 나이키의 3분기 매출에 미치지 못할 만큼 격차가 벌어진지도 꽤 오래됐다.
특히 규모가 큰 미국시장에 아디다스가 맥을 못 춰 하이너 CEO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연간매출 순위 2위 자리를 신생기업 언더아머에 내줬다.
그러나 아디다스는 올해 1분기 반등에 성공하면서 세계 스포츠용품시장을 양분하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디다스가 오랜 부진을 뚫고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나이키와 격차가 아직 크지만 나이키가 올해 1분기 환율 영향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성과를 낼 것으로 보여 시장에서 아디다스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하이너의 승부수, 도시와 여성 공략
아디다스가 1분기에 선전할 수 있던 배경에 내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하이너 CEO가 내던진 승부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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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너 CEO는 아디다스가 '도시'와 '여성'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아디다스> |
하이너는 아디다스가 계속 경기용품 판매에만 매달리면 나이키와 벌어진 격차를 줄일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아디다스를 도시지역과 더욱 밀착해 도시 직장인들이 즐길 수 있는 레포츠용품과 유행을 타는 패션용품사업에 과감히 도전했다.
하이너는 이런 전략에 따라 올해를 끝으로 미국 프로농구 NBA 타이틀 스폰서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 신발 계열사인 ‘락포트’도 올해 초 매각했다.
하이너는 올해 초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평정하면 미국시장 전체를 잡을 수 있다”며 “2020년까지 이 지역 매장을 지금보다 2배 늘리고 제품군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새로운 전략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지금껏 달성해보지 못한 연간 매출 200억 유로를 넘어 매출 220억 유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하이너의 이런 전략은 일단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아디다스는 올해 1분기 기능성을 앞세운 신제품을 내놓기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유행하던 ‘슈퍼스타’와 ‘드래곤’ 운동화 등 복고제품 판매에 심혈을 기울였다.
아디다스는 도시에서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가 ‘조깅’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 사업역량을 늘리는데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라톤화로 유명한 일본 ‘아식스’의 개발담당자를 영입해 초경량 러닝화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또 뉴욕과 런던, 서울 등에서 도심 마라톤 축제를 개최하는 등 아디다스가 조깅화도 잘 만든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하이너는 레포츠사업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아디다스와 자회사 리복을 연계한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디다스는 2001년 리복을 38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리복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해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면서 지난해 22억 달러에 매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하이너는 리복이 여성고객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점을 들어 ‘크로스핏’(맨몸운동)과 조깅, 워킹용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레포츠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또 20년 넘게 써오던 리복의 로고도 2013년부터 새로운 것으로 바꿨다.
최근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맨몸운동과 워킹붐이 불면서 리복을 찾는 여성고객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덕분에 리복은 지난해부터 분기마다 평균 9% 매출이 늘면서 아디다스의 새로운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 나이키와 아디다스, 레포츠시장에서 한판 붙나
아디다스의 거센 도전에 업계 1위 나이키의 반응은 그들의 구호 ‘Just Do It’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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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키 러닝화 '루나' 는 여성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나이키> |
나이키는 말 그대로 ‘어디 한 번 해 봐’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나이키는 아디다스와 리복 연합군보다 레포츠 사업을 일찌감치 시작했다며 자신감을 갖고 있다.
특히 여성고객을 대상으로 한 러닝화 판매에서 ‘루나’와 ‘프리런’ 등의 인지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나이키는 이 두 브랜드가 흥행에 성공하자 루나는 6세대 모델, 프리런은 4세대 모델까지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나이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나이키 우먼스’라는 여성전문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도심지역 마라톤 대회 등을 개최한 것도 나이키가 아디다스보다 한 발 앞서 벌인 이벤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나이키가 아디다스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당분간 우위를 지킬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포브스가 발표한 글로벌 의류브랜드 순위에서도 나이키는 18위에 올라 83위에 머무른 아디다스를 큰 폭으로 제쳤다. 아디다스가 나이키를 단시간에 따라잡기는 무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나이키의 가장 큰 장점은 엄청난 자금력을 내세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재빨리 그 시장에서 업계 1위를 빼앗는 것”이라며 “나이키가 불과 30여 년에 불과한 역사 속에서 글로벌 스포츠용품 1위에 오른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고민
업계1위 나이키뿐 아니라 이를 따라잡으려는 아디다스도 최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일반 의류회사들이 최근 들어 기능성을 강화하면서 패션과 스포츠용품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스포츠용품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은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아식스 등으로 한정됐다. 하지만 최근 유니클로와 H&M 등 이른바 SPA 브랜드도 스포츠 스타를 내세워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ATP 테니스 투어 메이저대회 가운데 하나인 US오픈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결승에 진출한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는 유니클로가 협찬한 유니폼과 모자를 쓰고 나와 주목을 받았다.
현재 테니스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 역시 유니클로 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다.
이 때문에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수장들은 이들 패션업체들이 장차 가장 큰 경쟁자가 될 수 있다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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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니스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는 패션브랜드 유니클로 유니폼을 입는다. <유니클로> |
하이너 아디다스 CEO는 “나이키, 언더아머와 경쟁도 경쟁이지만 유니클로와 H&M 등과 패권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 파커 나이키 CEO가 수장이 된 뒤에도 디자인 총괄책임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스포츠용품이 기능성만 앞세우다가 패션업체에 뒤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모두 ‘복고제품’ 카드를 들고 나왔다. 기능에서 한 발 벗어나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것이다.
아디다스는 이를 위해 ‘아디다스 오리지널’이라는 별도의 복고제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나이키도 최근 복고제품을 리트로(재생산)해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이 분야에서 나이키의 효자 브랜드는 ‘에어 조던’이다. 마이클 조던이 은퇴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에어 조던의 인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아디다스의 ‘아디다스 오리지널’과 나이키의 ‘에어 조던’은 디자인을 앞세운 만큼 여성고객을 상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의류를 패션용품으로 받아들이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어 조던의 경우 그 영역을 힙합 등 엔터테인먼트사업으로 확대해 브랜드 가치를 키우고 있다”며 “패션업체들의 스포츠사업 진출에 디자인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