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대표이사는 STX조선해양의 자산을 대거 매각해 단기차입금을 모두 없앴는데 정부가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 발주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일감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STX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 발걸음이 빨라질 수 있다.
▲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6일 STX조선해양에 따르면 2019년 정부와 공기업 주도로 진행되는 7~8척의 LNG추진선 입찰계획에 모두 참여한다.
정부는 관공선을 친환경 LNG선박으로 교체하기 위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모두 140척에 이르는 LNG추진선을 발주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올해 7~8척이 주문된다.
정부 주도의 LNG추진선 발주계획이 규모는 크지만 많은 회사에 기회를 주기 위해 한 번 발주할 때 한 회사가 확보할 수 있는 수주량을 최대 2척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큰 데다 선박의 크기도 제각각이어서 반복건조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조선사에게 그다지 매력 있는 발주라고 볼 수는 없다.
게다가 STX조선해양은 주력선종이 중형 탱커(액체화물 운송선)인 반면에 정부 주도의 LNG추진선은 대부분 소형 벌커(일반 화물선)로 원활한 선박 건조를 위해서는 생산라인 조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장 사장은 정부의 LNG추진선 발주에서 최대한 많은 수주를 따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생산라인을 조정하는데 다소 비용은 들지만 소형 벌커를 건조하는데 문제는 없다”며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LNG추진선 발주를 위한 입찰에도 빠짐없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STX조선해양의 일감이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은 2019년 5월 말 기준으로 17척의 수주잔량을 확보해 야드를 100%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7척은 2019년 상반기에 건조가 끝나며 8척은 2019년 하반기와 2020년 상반기에 건조가 마무리된다. 내년 하반기 중형 유조선 2척을 인도하고 나면 남은 일감이 없다.
STX조선해양이 더 이상 방산부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없어 장 사장은 이번 LNG추진선 수주가 더욱 절실하다.
장 사장은 앞서 3월 삼강엠앤티에 STX조선해양의 방산부문을 매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STX조선해양의 방산부문은 고속정, 상륙함정, 전투함정 등 다양한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정부의 고정적 수요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전임 대표이사였던 이병모 사장은 방산부문을 끝까지 매각하지 않았지만 장 사장은 유동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해양은 2018년 발레스스팀쉽, 신시어내비게이션 등으로부터 9척의 탱커를 모두 3억 달러에 수주했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의 재무적 불안을 들어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주지 않아 기껏 따낸 일감을 포기해야 했다.
선수금환급보증이란 발주처가 조선소에 일감을 맡기고 내는 일종의 계약금(선수금)에 은행이 보증을 서는 것이다. 이를 발급받지 못하면 수주계약이 취소된다.
장 사장은 이런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고강도의 자구노력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10만 톤급 플로팅도크(물에 뜬 채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 12월 사원아파트와 행암공장 등 비영업자산을 모두 매각했다. 방산부문까지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며 올해 1분기에 STX조선해양의 단기차입금을 모두 상환했다.
STX조선해양은 적어도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받지 못해 일감을 포기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의 LNG추진선 수주 가능성을 놓고 “STX조선해양뿐만 아니라 대선조선, 대한조선 등 중형조선사들은 모두 LNG추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 부문의 전통적 강자인 현대미포조선도 수주전에 참여한다”면서도 “STX조선해양이 일감에 가장 목말라있는 만큼 수주 영업력을 집중한다면 충분한 수주를 따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