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국 배치 이후 이어지던 중국의 단체관광 제한조치를 이르는 '한한령'이 완화될 조짐이 나타나며 국내 면세점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3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한한령이 완화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며 중국 관광객의 매출 기여도가 높은 면세점업계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항공여객 운행 횟수 확대 등 단체관광에 관한 분위기가 최근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2019년에는 중국인 관광객 확대를 통한 국내 면세점의 매출 회복에 속도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비상장기업 롯데호텔과 함께 '면세점 2강'으로 꼽히는 호텔신라의 면세점사업 경쟁력이 중소 면세점보다 더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 면세점은 관광객이 몰리는 강북에 주로 있어 지리적으로 유리한 데다 브랜드와 협상력 강화로 중소면세점보다는 다양한 품목의 면세품 공급이 가능하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 단체관광객 수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사업확대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의 해외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독일의 글로벌 시장통계조사그룹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여행객은 2020년에 1억7천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2015년 1억2800만 명과 비교해 34.4% 늘어나는 것이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한령 해제 분위기가 더 강화되면 앞으로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며 호텔신라를 포함한 면세점업계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면세점은 사드보복에 따른 한한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으로 꼽힌다.
사드배치는 2016년 7월 박근혜 정부 때 결정된 뒤 이에 반발하는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이어져 국내 면세점에 큰 손실을 안겼다.
중국의 경제보복이 본격화한 2017년 2분기에 호텔신라는 면세점사업 매출이 2016년 2분기보다 47% 떨어지며 실적 부진을 겪었다. 같은 시기 업계 1위인 롯데호텔의 면세점사업은 영업손실 297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중국과 관계가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중국의 한한령은 완전히 해제되지 않고 지속됐다.
하지만 미국과 무역분쟁을 겪으며 중국이 최근 부쩍 한국을 향해 우호적 태도를 보여 한한령으로 얼어붙은 면세점을 비롯한 유통업계가 해빙기를 맞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월30일 베이징에서 뤄슈강 중국 문화여유부장을 만나 뤄 부장에게 중국의 단체관광 규제를 풀어주는 것과 관련해 긍정적 대답을 받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고위급 인사들도 잇따라 한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을 만나기도 했다.
대형면세점 관계자는 “한한령이 많이 풀리는 분위기여서 중국 관광객과 관련한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매출이 과거 한한령 이전 중국 관광객이 몰리던 시기의 수준까지는 회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