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점 면세장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면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면세점업계에서 나온다.

31일 면세점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입국장 면세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면세한도를 현재 600달러에서 더욱 높이는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  
 

면세한도는 여행객이 면세점이나 해외에서 사들인 물품을 국내에 들여올 때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일정 금액의 한도를 말한다. 2014년부터 1인당 600달러로 유지되고 있다. 

예컨대 내국인 여행객이 출국장 면세점과 해외에서 500달러, 입국장 면세점에서 200달러만큼 물품을 샀다면 600달러를 넘어서는 100달러 규모의 물품에 관세가 매겨진다. 

내국인 여행객은 출국장과 해외를 거쳐 귀국할 때 입국장 면세점에 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면세한도가 높을수록 이들의 입국장 면세점 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  

내국인 여행객이 면세점에서 가방이나 화장품처럼 값나가는 물품 구매를 대체로 선호하는 점도 면세한도 상향 주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입국장 면세점은 여행객이 살 수 있는 전체 물품값을 나타내는 1인당 구매한도도 600달러로 책정됐다. 여기에 면세한도까지 맞물리면 값나가는 물품을 사는 일이 쉽지 않다. 

내국인 여행객의 면세한도 위반건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한도 위반건수는 2014년 13만316건에서 2017년 18만6351건으로 42.9% 증가했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 면세한도는 국민 소득수준과 비교해 현실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면세한도가 높아지면 입국장 면세점이 지금보다 활성화될 수 있고 내국인 여행객도 출국장에서 산 물품을 여행 내내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도 “여행객이 출국장 면세점이나 해외에서 600달러 이상을 샀다면 입국장 면세점에서 과세를 무릅쓰고 물품을 더 살 유인이 부족하다”며 “구매한도와 면세한도를 함께 높여야 국민편의와 국내 소비진작이라는 입국장 면세점의 취지를 살리는 데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입국장 면세점은 운영사업자가 국내 중견중소기업이고 판매물품도 국산품의 비중이 해외브랜드 위주인 출국장 면세점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김영문 관세청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기본 면세한도에 별도 면세제품인 술·담배·향수를 모두 합쳐 면세한도를 1천 달러로 높이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도 입국장 면세점의 개장을 계기로 면세한도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조세 형평성과 과소비 조장 등을 고려해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지키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입국장 면세점이 31일 개장한 만큼 향후 운영을 같이 봐야 한다”며 “앞으로 6개월 동안 동향을 살펴보면서 (면세한도 상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훈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면세한도를 높이는 방향 자체는 내수 소비를 늘리겠다는 목적을 고려하면 바람직하지만 정부로서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국가들의 면세한도를 살펴보면 미국은 최대 1600달러, 중국은 8천 위안(1155달러), 일본은 20만 엔(1838달러)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면세한도는 576달러로 우리나라보다 낮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