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이 흡연자들의 패배로 끝났다. 건강보험공단이 대규모 담배소송을 추진중인데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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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대 건보단 이사장 |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0일 폐암으로 사망한 김모씨의 유족 등 30명이 국가와 KT&G를 상대로 낸 2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담배소송과 관련해 대법원 판단이 내려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흡연자들은 니코틴의 효과를 의도하고 흡연을 하고 있다"며 "니코틴이나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이를 적용하지 않은 점이 설계상 결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담배가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사회 전반에 널리 인식돼 있고, 니코틴 의존성을 고려하더라도 흡연은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라며 "담배갑에 경고 문구를 기재하는 것 외 다른 설명이나 경고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표시상의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흡연을 시작하는 것뿐 아니라 흡연을 계속할 것인지도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며 "흡연자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거나 의존증이 생길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기호품인 담배 자체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정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담배와 폐암·후두암 사이의 일부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을 놓고 "(이 사건 상고심에서) 흡연자 측의 패소 부분만 다투고 있는 만큼 판단대상이 되지 않았다"면서도 원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던 폐암 사망자 2명에 대해서 같은 판단을 내렸다.
흡연자 유가족은 1999년 "국가와 KT&G가 담배의 유해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아 흡연을 시작했고, 이후 니코틴 의존 때문에 담배를 끊을 수 없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폐암과 후두암이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고, 2심은 2011년 인과관계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국가와 KT&G에 배상책임이 없다"며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에 흡연자 패소가 결정된 후 건보공단은 “지금까지 개인이 제기한 담배소송은 모두 패소한 만큼 이번 판결과 공단의 소송은 별개”라며 “담배소송 추진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안선영 건강보험공단 측 변호사는 이날 "개인의 경우처럼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위법성 입증이) 쉽지는 않겠지만 국내외 전문가는 물론 세계보건기구(WHO)와도 협조할 예정이라 개인보다 훨씬 쉬울 것"이라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오는 11일까지 변호인단을 모집한 후 곧바로 소송에 돌입한다. 건보공단은 소송금액으로 537억 원을 고려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승소 가능성, 소송비용 등을 고려해 서울고등법원에서 인과성을 인정한 폐암(소세포암)과 후두암(편평세포암), 흡연과 인과성이 95% 이상으로 보고된 폐암(편평상피세포암) 등 3종의 암환자에 초점을 맞춰 산출한 진료비를 우선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과학적 근거에 뒷받침되는 특정 암의 진료비만 청구해 승소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