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부회장이 성신양회의 ‘불량 레미콘’ 유통논란에 직면하면서 레미콘사업을 바탕으로 한 재도약이 난관에 부딪혔다.
김 부회장은 성신양회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8년 레미콘사업부를 물적 분할하고 레미콘사업에 힘을 실어왔는데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김태현 성신양회 부회장.
21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성신양회는 시멘트 함량이 기준치에 미달한 불량 레미콘을 생산하고 유통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성신양회는 2016년부터 대형 건설사 등에 불량레미콘을 납품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심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은 시멘트에 모래와 자갈 등을 섞어 만든 콘크리트 반죽으로 아파트, 빌딩 같은 대형 건축물의 골조공사에 사용된다.
레미콘 품질은 소비자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불량 레미콘 유통 논란은 성신양회 기업 이미지 하락은 물론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건설업체들이 (성신양회 제품 사용을) 꺼릴 수 있다”며 “생산 공장에서 가까운 지역에만 납품할 수 있는 레미콘 제품의 특성으로 볼 때 성신양회 공장 주변 현장일수록 불량 레미콘 사용 의심을 받을 수 있어 건설업체로서는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신양회의 국내 레미콘 생산량은 연간 200만㎥ 안팎으로 레미콘업계 8위다. 이 회사는 경기도 구리, 파주, 용인과 세종시에 각각 생산 공장을 두고 있어 인근 수도권 건설현장 등으로 불량 레미콘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성신양회는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900억 원, 영업이익 300억 원, 순이익 166억 원을 거뒀다. 전체 매출 가운데 시멘트와 레미콘 비중이 각각 72%, 23% 수준이다.
특히 레미콘부문은 전체 순이익의 50% 이상을 책임지면서 성신양회 수익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2018년 성신양회 레미콘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자회사인 ‘성신레미콘’을 세우고 레미콘사업 전문성 강화에 주력해왔다. 레미콘업계 7위 업체인 한라엔컴 지분에 현금 2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사업 다각화를 통한 지속 성장을 강조하며 “2018년에는 사업부문 사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성신레미콘을 전략적으로 분사했고 미래 레미콘사업 성장을 위한 투자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성신양회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멘트업계 2, 3위를 다투는 업체였지만 2015~2017년 시멘트업계가 구조개편을 하는 과정에서 4~5위권으로 밀려났다.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가 각각 현대시멘트와 한라시멘트를 인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운 반면 성신양회는 자금문제 등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불량 레미콘 의혹을 향한 경찰수사가 성신양회의 레미콘사업뿐 아니라 시멘트 매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재도약을 노리던 김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멘트업계는 최근 몇 년 동안 시멘트 출하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시멘트업체들은 올해 들어 확대된 정부 사회간접자본투자(SOC) 기조 등에 기대를 걸고 업황이 살아날 때를 대비하고 있는데 성신양회가 향후 본격적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신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줄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성신양회 오너 3세 경영인으로 성신양회 창업주 고 김상수 회장의 장손이자 김영준 성신양회 회장의 아들이다.
1974년 태어나 미국 루이스앤클라크 대학교를 졸업하고 2002년 성신양회에 입사했다. 2014년 성신양회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지만 2015년 3월 등기이사에서 물러나 현재는 미등기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2016년 3월 아버지인 김영준 회장 대신에 성신양회 최대주주에 오르며 실질적으로 승계절차를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부회장은 현재 성신양회 사업 전반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