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비대면 실명확인제도를 도입해 금융권 계좌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면서 증권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실명확인은 소비자가 금융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처음 계좌를 개설할 때 은행이나 증권사를 방문하지 않아도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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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
증권사들은 비대면 실명확인제도가 도입되면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20일 “비대면 실명확인제도가 시행되면 계좌개설과 자금이동이 지금보다 편해진다”며 “상품 경쟁력이 있는 대형 증권사들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수혜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최근 영상통화 등 2가지 이상의 확인절차를 거쳐 금융회사를 찾지 않아도 첫 계좌를 만들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은행은 오는 12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한다. 증권사는 2016년 3월부터 비대면 실명확인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원은 “계좌를 지금보다 편리하게 개설할 수 있게 된다면 자금 이동의 편의성도 증가한다”며 “상품 경쟁력에 따라 자금이 이동하는 속도가 지금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은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이미 은행이나 보험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상당히 유입되고 있다. 비대면 실명확인제도가 시행돼 증권사 계좌를 만드는 일이 더욱 쉬워질 경우 더 많은 자금이 증권사로 쏠린다는 것이다.
증권사는 올해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30조 원까지 급증하기도 했다.
주가연계증권은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와 연계해 투자수익을 결정하는 유가증권이다. 장외파생금융상품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저금리 기조로 은행과 보험의 평균금리가 크게 떨어지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주가연계증권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연계증권은 현재 약 6%의 기대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은행과 보험 금융상품이 평균적으로 각각 1%대와 3%대의 금리를 기록한 것과 수익률 차이가 크다.
이 연구원은 “증권사가 그동안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직원과 영업점이 적었던 단점도 비대면 실명확인제도 도입으로 보완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증권사들은 시중은행들과 비교하면 직원과 영업점이 훨씬 적다. 이 때문에 고객에 대한 접근성이 훨씬 낮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증권업계 총자산 1위인 NH투자증권은 1분기 말 기준으로 직원 3145명이 국내 영업점 86개에서 일하고 있다.
은행업계 총자산 1위인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직원 1만4465명이 국내 영업점 898개에서 일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직원에서 4배 이상, 영업점에서 10배 이상 더 많다.
이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들도 국내 4대은행과 비교하면 인원과 점포가 20% 수준인데 비대면 실명확인제도가 시행되면 수혜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중소형 증권사보다 상품개발과 운영능력이 뛰어난 대형 증권사의 경쟁력이 우위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증권사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비대면 실명확인제도 도입에 따라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현재 8개 증권사와 공동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태스크포스팀에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참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