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의 실적을 두고 불안한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정부 규제사업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런 실적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한국가스공사 목표주가를 제시한 7곳의 증권사 가운데 6곳이 기존보다 목표주가를 낮췄다.
유진투자증권이 6만7500원에서 5만2천 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춰 조정폭이 가장 컸다. 다른 증권사들은 8천~1만3천 원까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가스공사는 정부의 가스 도매 공급비 조정이 늦춰지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증권사들은 규제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판단하고 이전보다 낮은 주가 순자산비율(PBR)을 적용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도매요금은 수입단가인 원료비에 운영·투자보수를 반영한 공급비를 합해 정해진다. 원료비는 연료비연동제가 적용돼 2개월에 한번 산정되고 공급비는 매년 5월1일 결정된다.
현재 가스 도매요금은 2018년 7월 인상 이후 1년 가까이 변동이 없다. 2018년 하반기에 국제유가가 2014년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으나 원료비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원료비 미정산분(미수금)이 1분기말 기준 1조2천억 원까지 쌓였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번에 공급비 조정을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2018년말 이후에는 유가가 큰폭으로 하락해 원료비 부담이 낮아진 만큼 과거 부과했던 미수금 정산단가를 요금에 반영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가스공사는 2014~2017년에 걸쳐 미수금 정산단가를 요금에 반영해 5조5천억 원의 미수금을 회수한 일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뚜렷한 이유 없이 공급비 조정을 미루면서 가스공사의 규제 위험이 커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아졌다. 정부의 정책적 이유에 따라 연료비연동제가 흔들린다면 가스공사의 안정적 이익기반도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연료비 연동제와 공급비용 조정은 정부 정책을 통해 한국가스공사의 이익 안정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이번 지연으로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는 공급비 조정이 늦게라도 이뤄지면 이전 분기 실적에 소급적용해 연간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 역시 과거 사례와 견주어 볼 때 7월에는 공급비 조정이 이뤄지고 시장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은다.
그러나 여전히 공급비 조정에 원료비 인상 요인과 미수금 회수 부분을 반영할지 확실하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증권사들이 가스공사 목표주가를 낮추며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공급비용 인상요인이 반영되지 않았던 적은 없다”면서도 “원료비 인상요인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미수금을 감안하면 요금 인상에 정부가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료비 상승분의 일부만 반영하면 요금 인상 없이도 공급비용을 반영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공급비 산정에 따른 요금 증감분은 –1% 안팎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충분히 하락해 원료비 인상요인이 사라져야 미수금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과거에도 유가가 많이 하락해 요금 인하가 가능한 시점이 되서야 정산단가를 반영해 미수금을 회수했던 사례가 있다.
강동진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미국 원유 수출 인프라 확충으로 국제유가 하락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반기 중으로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