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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법, 벤처기업 자금조달 물꼬 틀까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5-05-17 11: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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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우드펀딩법, 벤처기업 자금조달 물꼬 틀까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0일 대전시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안에 위치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드림벤처스타를 통해 발굴된 청년창업팀과 사진찍고 있다.

크라우드펀딩법안이 오는 6월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크라우드펀딩법안이 통과되면 이르면 올해 안에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크라우드펀딩법안은 박근혜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법안 가운데 하나다. 소액의 다수투자자를 온라인으로 모집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경쟁력을 인정받은 벤처기업들을 발굴해 코스닥시장 진출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크라우드펀딩법안은 벤처기업 자금조달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는다.

국내에서 크라우드펀딩법안은 2013년 일본보다 먼저 발의됐다. 그러나 2년이 넘게 국회에서 계류되며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손해를 볼 수 있는 소액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이 이미 입법을 마쳐 민간자본이 산업자본으로 흘러가게 하는 통로를 마련한 것과 대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4월30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크라우드펀딩법안의 여야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국내 크라우드펀딩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준비가 너무 늦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 해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이용하는 국내 스타트업

국내 스타트업인 ‘직토’는 지난해 11월 미국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 아이디어를 올린 지 2주 만에 목표금액인 10만 달러를 넘기는 데 성공했다.

직토는 걸음걸이를 교정해 주는 웨어러블 밴드 '아키'를 개발했다. 직토는 세워진 지 8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100억 원대로 훌쩍 뛰었다.

  크라우드펀딩법, 벤처기업 자금조달 물꼬 틀까  
▲ 김경태 직토 공동대표
직토의 공동대표인 김경태 대표와 서한석 이사는 미국 퍼듀대학 선후배 사이다. 김 대표와 서 이사는 창업진흥원의 기술창업 지원금을 토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진흥원은 재외동포나 한국인 유학생 등 기술인력을 국내로 유입해 창업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금 제대를 마련했다.

또다른 국내 스타트업인 리버스는 미아방지용 스마트밴드 ‘리니어블’을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인디고고를 통해 선보여 3만 달러를 조달했다. 제품 한 개당 5달러씩 6천여 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아예 회사를 해외로 옮기는 스타트업도 많다.

‘지해’는 헬스케어 기능을 탑재한 블루투스 이어폰 개발회사인데 최근 중국 선전에 현지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한국본사의 연구개발 인력을 모두 이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BBB’는 혈액검사로 질병을 검사하는 스마트기기를 개발하는 곳인데 지난 1월 중국 선전에 회사를 세웠다.

이들 회사들은 중국 선전 시정부가 창업 활성화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조성한 단지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중국 선전에 중국의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 기업의 3분의 1이 몰려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한국에서 이런 저런 법적 규제로 1년이 넘게 걸리는 일이 중국에서 2개월 만에 끝나는데 민첩함이 생명인 스타트업이 해외진출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기업들의 움직임

크라우드펀딩법안으로 불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안은 오는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에 기업이 7억 원 가량을 온라인 투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반 개인투자자는 1인당 연간 500만 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특히 크라우드펀딩법안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영업을 허가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란 벤처기업들이 창업 초기에 대출이 아닌 지분투자 형식으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뜻한다.

지금은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인 머니옥션 등이 ‘대부업’으로 등록해 반쪽짜리로 사업을 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법안 통과를 앞두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들은 발빠르게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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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모래 씨펀 대표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씨펀’은 5월 안에 증권형 플랫폼을 연다. 씨펀 관계자는 “증권형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증권형 모바일앱 개발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모래 씨펀 대표는 “다른 회사의 증권형 플랫폼과 전혀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실시할 것”이라며 “프로젝트 개설자와 투자자들이 모두 복잡한 절차 없이 혁신적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품 제공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와디즈 역시 크라우드펀딩법안이 통과되면 즉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를 론칭하기로 했다. 와디즈는 6월부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관심 있는 프로젝트 개설자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 크라우드펀딩법안,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는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벤처기업 3만 시대’가 열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타트업을 포함한 국내 벤처기업은 2만9천여 개에 이르렀다.

창조경제연구회 보고서에 따르면 벤처기업 한 곳이 지니는 미래 기업가치는 170억 원에 이른다.

벤처기업당 평균 직원은 24명이 넘는다. 중소기업의 평균 노동자보다 6배 이상 많다. 이는 벤처기업이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소기업보다 더 도움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벤처기업의 평균 매출은 2013년 말 기준 68억 원으로 전년보다 10% 이상 늘어났다. 특히 정보통신(IT)과 반도체 등 첨단제조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이 이처럼 양적으로 질적으로 모든 면에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데 비해 자금조달 환경은 중소기업보다 더 열악하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벤처기업 경영의 주요 애로사항으로 자금조달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벤처기업의 80% 이상이 창업자나 가족 등 관계인들로부터 창업자금을 구하고 있다. 엔젤투자를 받은 경험이 있는 벤처기업은 전체의 2%에 그쳤다.

  크라우드펀딩법, 벤처기업 자금조달 물꼬 틀까  
▲ 4월23일 대전시와 정부, SK그룹이 운영중인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이 대전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들의 기술시연을 보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은 주로 업력 3년을 넘는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이는 벤처캐피탈이 은행과 같은 일반 금융기관처럼 기업의 안정성 위주로 투자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크라우드펀딩법안이 통과되면 벤처기업투자를 제한하는 규제인 ‘손톱 밑 가시’를 조금이나마 빼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규모는 지난해 고작 400억 원에 그쳤다. 반면 세계 크라우드펀딩 시장규모는 지난해 17조 원에 이르며 1년 새 10조 원이 불어났다.

이처럼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 투자자 보호제도 탓에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규제의 벽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수적인 일본이나 중국에서조차 크라우드펀딩 제도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마냥 투자자 보호 관점으로만 접근하다가는 경쟁력있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크게 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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