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노조에 새롭게 제시할 ‘2.17 합의서’ 수정안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하나금융은 이 수정안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법인 이름에 ‘외환’이나 ‘KEB’를 넣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고용안정도 보장하는 내용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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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하나금융은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 심리로 열린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중지 가처분 이의신청 2차 심문에서 2.17 합의서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2·17 합의서는 2012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당시 노조와 합의한 문건이다.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 동안 보장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외환은행 노조의 요청에 따라 2.17 합의서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수정안에 5년간 독립경영 보장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 뒤 하나금융이 3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양측의 접점을 아직 찾지 못했다.
하나금융은 15일 제시한 수정안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법인 이름에 외환이나 KEB라는 명칭을 포함하는 방안을 넣었다.
하나금융은 “통합은행 이름은 외환이나 KEB를 포함해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 심의와 두 은행 직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치는 상향식 방식을 이용해 통합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외환이나 KEB가 통합은행 이름에 들어갈 경우 국내 인수합병 역사상 처음으로 인수자측 은행이 통합은행 이름에 인수된 은행의 명칭을 넣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법원이 노사간 대화를 중시하는 입장을 보이자 통합은행 이름에 대한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만약 하나금융의 가처분 중지 이의신청을 기각하더라도 판결문구를 덜 강경하게 바꿀 경우 노조와 대화가 더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수정안에서 외환은행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내용도 제시했다.
하나금융은 통합법인 출범 뒤 인위적인 인력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사상 불이익을 막기 위해 한동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사체제를 따로 유지하는 방안도 넣었다.
하나금융은 이에 따라 두 은행이 합쳐지더라도 전산통합이 끝나기 전까지 양쪽 직원들을 교차발령하지 않기로 했다. 임금과 복리후생 등도 인사체계가 따로 시행되는 동안 기존대로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올해 12월 말까지 조기통합이 끝날 경우 외환은행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며 “이러한 효과를 함께 나누기 위해 파격적 양보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과 직접 대화할 때 통합은행 이름에 ‘외환’이나 ‘KEB’를 포함하겠다는 약속을 들은 적이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법원은 2.17 합의서를 준수하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하나금융은 그동안 합병에 대한 일방적 동의만 요구했다”며 “하나금융이 새로운 내용을 제안할 경우 다시 대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검토해 조기통합중지 가처분 이의신청 결과를 6월 중순쯤 내릴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15일 2차 심문에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에게 오는 6월3일까지 양측의 주장과 쟁점사안을 담은 요약서면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그때까지 노사가 서로 대화를 계속하라는 주문도 내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