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본격적으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선긋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권오준 회장은 15일 구조조정, 인사혁신, 책임경영, 거래관행 개선, 윤리의식 제고 등 5개 실천과제에 대한 분과위원장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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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권 회장은 14일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만든 데 이어 발 빠르게 후속조치를 취했다.
권 회장은 분과별위원장에 조청명 부사장(구조조정),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원장(책임경영), 윤동준 부사장(인사혁신), 오인환 부사장(거래관행), 김진일 사장(윤리/의식) 등을 각각 임명했다.
조청명 부사장은 포스코 가치경영실 실장으로 권오준 회장을 도와 계열사 구조조정을 지휘해 왔다. 조 부사장이 구조조정 위원장이 되면서 포스코의 구조조정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권 회장이 우선 정준양 전 회장의 흔적 지우기에 주력할 것으로 본다.
권 회장이 정 전 회장이 인수한 계열사를 정리하는 데 이어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정 전 회장과 관련된 인물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포스코는 14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포스코플랜텍에 추가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달 말 만기가 돌아온 외환은행 대출금 743억 원 가운데 443억5천만 원의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포스코플랜텍은 포스코의 지원없이 자력회생이 불가능하다.
권 회장이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것은 정 전 회장 시절과 확실히 단절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포스코플랜텍은 포스코 계열사 가운데 대표적 부실기업이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189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2년 연속 적자상태다.
포스코는 정준양 전 회장 시절이던 2010년 플랜트 설비 제조업체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2013년 자회사인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했다.
당시 성진지오텍이 2천억 원에 가까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포스코가 시가보다 비싸게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의혹을 샀다. 검찰은 현재 포스코플랜텍의 성진지오텍 인수과정을 수사중이다.
권 회장은 최근 포스하이알도 포기했다. 포스코엠텍은 지난달 자회사 포스하이알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포스하이알도 정 전 회장 시절 만들어진 회사다. 포스하이알은 포스코엠텍이 수입에 의존해 온 발광다이오드(LED) 핵심소재인 고순도알루미나를 생산하기 위해 2012년 설립했다.
포스하이알은 지난해 14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순손실은 118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차입금이 늘어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1184%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포스코엠텍 도시광산사업부도 사실상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권 회장은 지난해 7월부터 도시광산사업부 매각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청산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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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
포스코엠텍은 정 전 회장 시절인 2010년과 2011년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을 잇따라 인수한 뒤 2013년 포스코엠텍 도시광산사업부로 흡수합병했다.
도시광산사업부는 2013년 9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46억 원의 영업적자와 1054억 원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권 회장이 전 계열사 대표들의 사표를 받은 만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대대적인 인사교체를 실시할 수도 있다.
권 회장이 지난해 취임 직전 계열사 5곳의 대표를 교체한 뒤 올해 정기인사에서 큰 폭의 변화를 두지 않아 이런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린다.
권 회장은 14일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구성했다. 비상경영쇄신위원회는 권오준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포스코 사내이사 전원과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등 주요 5개 계열사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비상경영쇄신위원회 출범에 앞서 쇄신위원회 전원과 전 계열사 대표들은 권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