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기 위해 가격을 놓고 채권단과 치열한 힘겨루기를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지분을 박 회장과 협상을 통해 매각하기로 하면서 투자금을 최대한 회수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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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 회장이 이런 채권단의 방침에 대해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 지분을 팔되 원하는 가격 이하로 팔지 않기로 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주가와 회계법인의 실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한 뒤 여기에 100%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에 금호산업 지분을 넘기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치가 얼마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100% 프리미엄이 붙을 경우 금호산업 매각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대상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상장기업의 경우 보통 주가를 기준으로 정한다.
하지만 채권단은 현재 금호산업 주가가 많이 하락한 상황이어서 주가를 기준으로 매각가격을 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금호산업 주가는 지난 2월 말 3만300원에서 8일 1만7750원으로 40% 넘게 떨어졌다.
금호산업 주가는 금호산업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2년 만에 3만 원대로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인수전이 흥행에 실패하고 호반건설이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자 급락했다.
호반건설은 본입찰에서 금호산업 인수가격으로 6007억 원을 제시했다. 당시 주가인 2만2850원(4547억 원)에 30% 정도의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이다. 인수합병 거래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은 보통 30%로 정해진다.
하지만 금호산업이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인 데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만큼 그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야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호반건설이 본입찰에 참가할 당시의 주가로 100% 프리미엄을 더하면 금호산업의 가치는 9094억 원이 된다. 이 경우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50%+1주(1731만552주)의 가격은 7900억 원이다.
채권단이 매각가격으로 8천억 원에서 1조 원 사이를 기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채권단이 그동안 금호산업에 투입한 금액이 3조 원 안팎인 만큼 최대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박삼구 회장은 호반건설이 제시한 6천억 원과 비슷한 수준의 금액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박 회장이 6천억 원대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 채권단은 원하는 매각가격이 나오지 않을 경우 2~3년 뒤로 매각을 미루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박 회장이 무조건 가격을 낮출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의 매각가격은 7천억 원에서 9천억 원 사이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채권단이 가격협상 과정에서 최초 가격으로 호반건설이 제시한 6천억 원보다 1천억 원 비싼 7천억 원을 제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경우 박 회장은 6천억 원대의 자금을 마련하면 금호산업을 되찾을 수 있다.
채권단은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출하고 오는 6월 운영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최종 매각가격을 책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