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곤 김해시장이 창고형 대형 유통매장인 코스트코를 둘러싼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돌파할 묘수를 찾아낼까.
코스트코 입점에 지역 상공인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허 시장이 난처한 처지에 몰렸다.
▲ 허성곤 김해시장.
14일 김해지역 유통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코스트코는 2018년 10월 김해지역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주촌 선천지구에 3만1480 제곱미터 부지를 매입한 뒤 2019년 2월 김해시에 교통영향평가를 신청했다.
이에 김해시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는 3월28일 코스트코 건립을 두고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실시했고 보완을 요구한 뒤 5월 다시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하기로 했다.
코스트코 입점이 행정철차를 밟으며 구체화되자 김해지역 소상공인들이 들고 일어섰다.
김해지역 영세 상인과 마트·유통업체 대표 등 100여 명은 10일 김해시청 정문 앞에 모여 코스트코 김해 입점 결사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김해시에 소상공인 살리기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시의회에는 코스트코 입점저지 결의문 채택을 요구했다.
양대복 김해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코스트코가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미국으로 가져가면 김해엔 껍데기만 남을 것”이라며 “상인들의 생존권을 지키는데 우리는 한배를 탔다"고 말했다.
김해유통조합도 3월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스트코 김해 입점계획 전면 철회 △코스트코 입점 관련 김해시장 의견 표명 △김해시 코스트코 관련 교통영향 평가 및 모든 심의 즉각 중단과 공청회 통한 여론 수렴 △지역 정치권의 코스트코 입점 관련 의견 표명 △김해시소상공인연합회 코스트코 반대운동 적극 동참 등을 요구했다.
김해지역 소상공인들은 무엇보다 김해시의 모호한 행정처리를 비판했다.
김해시에는 롯데마트와 롯데아울렛 장유점, 홈플러스 내동점, 이마트 외동점, 농심그룹의 메가마트 등 대형마트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롯데슈퍼 등 기업형 슈퍼마켓 등이 몰려 있다. 경상남도의 다른 도시보다 대기업 유통점의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들은 인구가 100만 명인 창원에도 없는 코스트코가 인구 55만 명인 김해에 들어서는 점을 두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화 김해시의회 부의장은 3월13일 시의회 임시회에서 “유통 포화상태가 우려되는데도 또다시 김해시가 대형 유통단지 입점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허 시장은 코스트코 입점에 따른 행정절차를 당장 반려하라”고 말했다
교통영향 평가 통과를 비롯해 건축허가가 나기도 전에 김해시가 ‘코스트코’ 이름이 적힌 버스정류장을 만드는 등 입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점도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부채질했다.
김해지역 소상공인들은 허 시장이 애초부터 코스트코 유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허 시장이 취임 이후 김해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다. 허 시장은 올해 초 95억 원을 들여 중소물류단지를 조성해 구매, 배송, 판매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허 시장이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코스트코 입점이 가시화되면서 허 시장의 모호한 태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코스트코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대용량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전세계 750여 개의 매장이 있고 한국에 서울, 대전, 대구,부산, 울산 등 1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전남 순천에서 상인들과 시민단체, 지역 정치권이 나서 코스트코 입점이 철회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