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9-04-10 15: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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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통합법인 설립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합 인터넷 동영상사업의 조기 안착을 위해 지상파3사와 선제적 협력을 이끄는 동시에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옥수수-푹 통합법인 출범을 앞두고 동반자인 지상파3사와 접촉을 늘리고 있다.
향후 거대한 미디어 플랫폼을 함께 운영해 나가야하는 만큼 통합법인 설립 전부터 미리 호흡을 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텔레콤 이날 KBS와 미디어사업 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3월 MBC와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을 당시 SK텔레콤은 KBS와 SBS에도 협력 관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런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BS와의 협력도 현재 논의하고 있다”며 “지상파3사가 별개의 회사인 만큼 따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MBC·KBS에 이어 SBS와도 업무협약을 맺어 당분간 SK텔레콤의 미디어 기술역량과 지상파3사의 콘텐츠 제작 및 방송 중계역량을 결집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각 지상파들과 함께 다양한 미디어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한편 7월쯤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터넷 동영상 통합법인의 플랫폼을 채울 콘텐츠를 확보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런 사전 협력들은 통합법인이 내놓을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다”며 “특히 스포츠 중계 콘텐츠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차세대 미디어 콘텐츠들은 통합 인터넷 동영상사업에도 접목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방송3사가 이처럼 손발맞추기를 서두르는 이유는 인터넷 동영상 통합법인의 초기 안정화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상파3사와 함께 넷플릭스를 잡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큰 기업 4개가 합쳐지는 만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왔었다. 지상파3사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큰 만큼 이견을 조율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각 지상파들을 대상으로 주도적으로 협력 관계를 이끌면서 통합 인터넷 동영상법인의 사업 방향성을 빠른 속도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투자 유치도 SK텔레콤이 주도하고 있다.
통합법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는 든든한 자금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SK텔레콤과 지상파3사가 경쟁상대로 삼은 넷플릭스는 지난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9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자금 확보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 사장은 최근 전자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통합법인 콘텐츠 제작에 1천억 원~2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곳이 즐비하고 현재 투자자 선정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올해 초만 해도 2천억 원 규모로 통합 인터넷 동영상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초기 투자금은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우선 자체적으로 통합법인에 9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다른 재무적 투자자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3월 싱가포르텔레콤(싱텔)과 서로의 인터넷 동영상 자회사에 상호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이런 계획도 곧 구체적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추아속쿵 싱텔 회장과 아서 랑 싱텔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 등 싱텔 최고경영진이 SK텔레콤 본사를 방문해 박 사장과 콘텐츠사업 투자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텔레콤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훅’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싱가포르투자청(GIC)과 국내외 다수 프라이빗에쿼티(PE)들도 현재 인터넷 동영상 통합법인의 유력한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SK텔레콤은 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옥수수와 푹 통합법인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다.
공정위의 심사기간을 고려했을 때 늦어도 7월 초에는 인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박 사장이 예상했던 3분기 안에는 통합법인이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