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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화학계열사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삼성그룹의 방산과 화학계열사 인수의 반환점을 돌았다.
김 회장은 이제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두 곳의 방산계열사 인수를 매듭짓는 일만 남았다.
한화그룹은 6월 말까지 방산계열사도 최종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지주사인 한화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I 등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테크윈 지분 32.35%를 84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삼성테크윈은 삼성탈레스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어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면 삼성탈레스도 손에 넣을 수 있다.
삼성테크윈은 항공기엔진과 자주포 등 군 육상장비를 제조하는 방산회사다. 삼성탈레스도 군함 전투지휘체계, 열영상감지장비 등 군사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테크윈은 매출 2조6천억 원, 삼성탈레스는 매출 6800억 원을 냈다. 지난해 한화의 방산부문도 93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화가 인수를 매듭지을 경우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방산부문 매출만 놓고 봐도 지난해 국내 방산부문 1위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부문 매출(1조5천억 원)을 뛰어넘어 방산 1위에 오른다.
방산 3개사 매출을 전부 합하면 글로벌 방산기업 순위도 30위권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글로벌 방위산업 매출 기준으로 삼성테크윈은 70위, 한국항공우주산업은 55위에 자리했다.
삼성테크윈은 한화그룹이 인수를 끝낸 한화종합화학 지분도 23.38%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종합화학 지분 57.62%(한화에너지 30.0%, 한화케미칼 27.62%)를 보유하고 있는데 삼성테크윈 인수로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81%까지 끌어올려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10%도 딸려온다.
김승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번에 업계 리더로서 위상이 강화된 방산과 화학부문은 한화그룹 선대 회장부터 열정을 쏟았던 사업인 만큼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회사를 일류기업으로 키워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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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교 삼성테크윈 사장 |
하지만 한화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손에 넣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화학계열사와 달리 삼성테크윈은 상장사이고 직원 수도 많다.
방산부문 두 계열사는 화학 계열사 두 곳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자산규모가 삼성테크윈은 3조6천억 원, 삼성탈레스는 6천8백억 원으로 둘을 합하면 4조3천억 원 정도다. 삼성종합화학 2조2천억 원, 삼성토탈 6조3천억 원으로 총 8조6천억 원인 화학계열사 자산규모의 절반 수준이다.
매출규모 역시 방산계열사가 화학계열사에 밀린다. 지난해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매출 총합은 3조3천억 원이었다. 삼성종합화학 매출 1조7백억 원과 삼성토탈 매출 8조8천억 원으로 화학계열사 매출이 10조 원에 육박하는 데 비하면 3분의 1 정도다.
이 때문에 방산계열사 인수가액은 8400억 원으로 화학계열사 1조600억 원보다 적었다.
하지만 직원 수는 방산계열사가 몇 배나 많다. 삼성테크윈 직원은 4500명으로 이번 거래에 포함된 기업 가운데 많고 삼성탈레스도 1700명으로 삼성토탈 1500명, 삼성종합화학 350명을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직원 수가 많은 만큼 삼성테크윈 노사는 위로금 지급 등 문제를 두고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지난해 한화그룹이 인수를 결정 한 뒤 가장 먼저 반대 성명을 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강력하게 저항했다. 삼성테크윈은 삼성토탈에 이어 두 번째로 기업노조를 설립했고 올해 1월부터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해 삼성테크윈지회를 출범해 복수노조 체제를 갖췄다.
삼성테크윈 지회는 1일에도 서울 중구 한화그룹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매각 철회를 촉구했다. 윤종균 삼성테크윈 지회장은 “직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지 않은 매각에 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테크윈 노조는 삼성 본사 앞 상경집회를 비롯해 방상과 화학계열서 4곳의 공동집회 등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강하게 매각에 반대해 왔다. 삼성테크윈 노조는 지난달 6일 첫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14일과 24일 총파업을 하는 등 회사 측에 맞서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노조가 주도하는 파업이 일어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삼성탈레스는 노조가 없이 비상대책위원회가 회사 측과 협상을 하고 있다. 노조는 없지만 삼성탈레스는 고용보장을 두고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중이다.
회사 측은 매각 후 5년 동안 고용을 보장하는 안을 제시했는데 비대위는 정년까지 고용보장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탈레스 비대위는 지난달 22일 회사 측의 제시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한 결과 5년 동안 고용보장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아 더이상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매각반대, 삼성탈레스는 고용보장 수준에서 부딪히고 있어 사실상 쟁점사항으로 지적되는 위로금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위로금의 경우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은 1인당 약 6천만 원(4천만 원+기본급 6개월) 수준을 지급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위로금 총액은 1천억 원 남짓으로 전체 인수대금의 약 10% 수준이었다.
하지만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에 비슷한 수준의 위로금이 책정될 경우 전체 위로금 규모가 3천억 원대 후반까지 커진다. 이렇게 되면 8400억 원이라는 인수대금이 무색해진다.
특히 삼성테크윈이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1182억 원의 순손실을 냈고 삼성탈레스도 순이익이 216억 원으로 많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화학계열사 정도 위로금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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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테크윈 등 한화그룹에 매각되는 4개 계열사 근로자들이 1월21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앞에서 매각 철회를 요구하는 상경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
삼성테크윈은 화학과 방산 계열사 4곳 가운데 유일하게 상장사라는 점도 한화의 조속한 인수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화가 매각을 마무리하려면 주주총회에서 매각을 의결해야 한다. 인수 기한 마지막 날인 6월30일 임시주총을 열기 위해서는 45일 전인 5월 중순께 매각협상을 타결해야 한다. 인수를 조율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셈이다.
삼성탈레스의 경우 삼성테크윈이 지분 50%, 프랑스 탈레스가 지분 50%를 출자해 세운 합작기업이란 점이 변수다. 탈레스는 한화 인수가 결정된 뒤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스가 이번 기회에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하길 원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화가 삼성탈레스에 대한 실사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미뤄 볼 때 탈레스가 한화에 이미 탈레스 보유지분 인수 조건을 제시했고 이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탈레스 지분 50%의 가치를 약 4천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화가 탈레스 지분 전량을 인수할 경우 추가로 대규모 자금 지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