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의 가계대출이 지난 3월 크게 늘어났다. 1개월 사이에 가계대출이 4조5천억 원 이상 늘어나 가계대출 증가폭이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출금리가 내려가자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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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금융감독원은 국내은행들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원화대출 잔액 1278조3천억 원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2월보다 잔액이 4조6천억 원(0.4%) 늘었다.
가계대출은 526조1천억 원을 차지했다. 증가폭으로 따지면 지난 2월 말보다 4조 원이나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전체 대출 증가액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했다.
3월 한 달 동안 가계대출 증가액 4조 원은 지난 1월 말부터 2월 말까지 늘어난 잔액 3조4천억 원보다 6천억 원이 더 많다. 3월 실적 기준으로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가장 증가폭이 컸다.
금융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자 대출을 받아 집을 사들이는 사람들이 늘면서 은행대출도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3월 1만3100건을 기록했다. 2월 거래량 8600건의 1.5배 이상이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부채의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가 열리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기자들에게 “가계부채가 생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부채가 이미 상당히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총액의 증가폭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랜달 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일본 담당관도 최근 “지나치게 많은 부채는 가계의 소비와 투자에 악영향을 줘 경제성장 속도를 늦춘다”며 “가계부채가 많을수록 금융안정성 위협은 물론이고 한국의 사회통합에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