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그룹 재건 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
금호산업 입찰이 유찰되면서 박 회장에게 한층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진 데 이어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을 되찾아올 가능성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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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4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한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사모펀드)가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시한에 관계없이 박 회장 과 재협상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과 사모펀드는 사모펀드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100%를 4천억 원 안팎에 인수하는 내용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지난 3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며 요구한 대로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리조트 지분 48.8%는 제외됐다.
또 사모펀드는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을 박탈하거나 제3자에게 매각하는 등의 방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박 회장에게 금호고속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걸림돌로 남아있던 자금문제도 해결했다.
박 회장은 광주일고 동문인 김영재 회장이 이끄는 칸서스자산운용과 칸서스파트너스를 통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한 뒤 NH농협은행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금호고속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가격이 4천억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금호고속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금호터미널이 1200억 원(30%), 칸서스가 800억 원(20%)을 조달해 특수목적회사를 세우는 것이다. 나머지 2천억 원은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공동주관사로 나서 인수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금호산업을 되찾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오는 7일 산업은행에서 매각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연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이날 회의를 통해 박삼구 회장과 개별협상에 들어갈지를 결정한다.
안건이 부결될 경우 채권단은 재매각을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 인수전이 장기화할 부담이 있는 데다 흥행가능성도 높지 않아 재매각에 들어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수의계약 진행이 결정되면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이 각각 회계법인을 정한 뒤 실사를 진행해 가격을 산정한다.
하지만 여전히 인수가격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여 박 회장도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다.
금호산업의 단일주주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이 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호산업 지분을 8.83%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동안 금호산업의 가치가 1조 원을 훨씬 웃돈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박삼구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관계도 주목받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0.2%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박삼구 회장과 광주제일고 선후배 사이다. 미래에셋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도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 적이 있다.
하지만 그뒤 미래에셋이 손해를 보면서 둘의 사이가 벌어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은 최근 금호산업을 놓고 금호그룹과 호반건설이 경쟁할 당시 중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에 이해관계가 걸린 만큼 입장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