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반도체사업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LG그룹은 올해 들어 반도체 설계업체 계열사인 실리콘웍스에 LG전자, 루셈 등 다른 계열사의 반도체사업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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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 |
업계 관계자들은 구 회장이 반도체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는 데다 자동차부품사업 등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도 쉬워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5월 인수한 반도체 설계업체 실리콘웍스의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실리콘웍스는 지난달 28일 LG전자의 디스플레이용 시스템반도체 설계부문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LG전자와 실리콘웍스로 나눠진 디스플레이 칩 사업을 하나로 합쳐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룹 내 계열사들의 늘어나는 칩 설계 수요에 대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리콘웍스는 지난 2월 또 다른 그룹 계열사 루셈으로부터 시스템 집적회로(IC) 사업 일부를 인수했다.
일부에서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구 회장이 향후 LG그룹 계열사들에 흩어져있는 반도체사업을 재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LG그룹의 반도체사업은 LG실트론의 반도체 웨이퍼, LG이노텍의 LED칩 웨이퍼, LG디스플레이의 디스플레이용 인셀칩, LG전자의 모바일AP 등으로 나뉘어 있다.
구 회장이 반도체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사물인터넷, 스마트폰 기기 확대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는 지난해 376조5천억 원에서 2018년 414조 원 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도 이미 1997년부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사업을 꼽으며 반도체사업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구 회장은 다른 사업에서 비교적 순조로운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것과 달리 외환위기 과정에서 정부가 추진한 ‘빅딜’에 따라 현대그룹에게 LG반도체를 넘겨줘야 했다.
더욱이 LG그룹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경우 독자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없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퀄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가격협상에 불리하고 퀄컴의 상황에 따라 제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사업 실적이 늘어나고 있다”며 “LG그룹 입장에서 반도체사업 기회를 놓친 데 아쉬움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구 회장은 실리콘웍스를 통해 전력반도체(PMIC)사업을 키워 LG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자동차부품사업과 시너지를 낼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반도체는 전력변환이나 모터제어 등을 통해 배터리의 전력소모량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모바일뿐 아니라 전기자동차(EV)와 에너지 저장장치(ESS)의 핵심부품으로 들어간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전력반도체시장은 2020년 31조7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대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실리콘웍스는 올해 LG그룹 계열사의 비메모리 핵심사업체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향후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도 시작돼 잠재적 성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