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노동조건 개선을 놓고 합의점을 찾아 2018년 임단협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르노삼성차 임단협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강제 전환배치와 노동강도 완화 등을 놓고 노사의 입장 차이가 큰 데다 노사 사이 신뢰도 낮아져 합의점을 찾는 게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
르노삼성차 노사는 2일 오후 2시 부산공장 대회의실에서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을 벌였다. 27일 2차 집중교섭을 재개한 뒤 벌이는 5번째 교섭이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애초 기본급을 놓고 대립하다 기본급 동결에는 합의했지만 이번에는 노동조건 개선에서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핵심쟁점은 강제 전환배치와 노동강도 완화인데 노사 모두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강제 전환배치는 회사가 노동자의 근무 부서나 공장 내 생산라인을 임의로 바꾸는 것인데 업무 숙련도, 업무 환경 변화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조는 강제 전환배치가 노동자에게 큰 부담을 떠안긴다고 본다.
노조는 회사가 노동자를 강제 전환배치하는 데 노조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합의’ 문구를 입단협 조항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가 한발 양보해 '합의' 문구를 넣는 대신 강제 전환배치를 위한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그 내용을 두고도 노사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 관계자는 "공장 전환배치와 관련해 회사가 '합의'로 바꿀 수 없다며 따로 절차를 제시하라고 제안했다"며 "절차를 어겼을 때 징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회사에 넘겼는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노동강도 완화를 놓고서도 노사는 양쪽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는 2012년 이후 부산공장에서 인력 1600여 명이 감소한 만큼 추가 인원 배정을 요구해왔는데 회사가 30여 명의 직업훈련생을 배치하겠다고 제안하자 노조는 그 숫자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오랜기간 임단협을 놓고 대립해온 만큼 상호 신뢰가 크게 낮아져 있다.
노조는 최근 르노삼성차의 신차 공개로 회사를 향한 불신이 커졌다고 설명한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대표이사 사장은 28일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신차로 내놓을 XM3 인스파이어의 쇼카를 공개하고 부산 공장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단체교섭을 벌이는 중 신차 물량 얘기는 하지 않으면서도 닛산 로그 후속물량 등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만을 들며 사실상 노조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경쟁력 확보, 물량 확보만 강조하면서 신차 이야기는 빼놓고 수출 물량이 줄어든다는 얘기만 했다”며 “교섭에서 회사가 하는 얘기들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사는 노조가 노동조건 개선 등과 관련한 요구를 뒤늦게 들고 나온 점을 두고 노조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는 집중교섭 마감기한으로 잡았던 3월8일 저녁 강제 전환배치 등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노동조건 개선방안을 처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노동조건 개선내용을 노조가 뒤늦게 들고 나왔는데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