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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전 무대에서 화려하게 조명을 받은 뒤 다섯 달 만에 내려왔다.
김 회장은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본입찰에 탈락했지만 금호산업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이 정말로 금호산업을 인수할 의지가 있었는 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 금호산업 빼고 모든 걸 얻은 김상열
29일 재계에서 김상열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금호산업만 빼고 모든 것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전날 금호산업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가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전을 통해 호반건설을 널리 알리고 전국구 인물로 부상했다. 김 회장이 1989년 호반건설을 만든 지 26년 만이다.
김 회장이 호남의 대표기업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중심인 금호산업을 인수하겠다고 뛰어들면서 김 회장은 물론이고 호반건설의 인지도는 짧은 시간 안에 크게 높아졌다.
김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전 무대에 서면서 얻게 된 호반건설의 인지도만 해도 호반건설이 써낸 6천억 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돈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만장일치 추대 형식으로 제22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자리에도 오르기도 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또 호반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이을 호남의 차세대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김 회장은 지난달 말 열린 대한상의 임시의원총회에 광주상의 회장으로 참석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등 쟁쟁한 인물을 제치고 언론의 가장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호반건설의 지명도도 크게 오르면서 호반건설이 중점을 두고 있는 주택보급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주택보급사업은 브랜드 인지도가 매우 중요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 지분율을 6.16%까지 높이며 언론과 재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되찾으려는 시점에서 김 회장의 지분매입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김 회장에 대해 박 회장의 우호세력이라는 해석부터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직접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까지 해석이 분분했다.
하지만 당시 호반건설은 이런 관측을 모두 부인하며 단순히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은 지난 2월 금호산업 인수의향서를 금호산업 채권단에 제출한 데 이어 공식석상에서도 금호산업 인수에 대한 뜻을 밝히며 인수전에 전면 등장했다.
김 회장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기 전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 당시 김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해 보유지분 가치를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의혹에 전면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회장은 이 과정에서 시세차익도 얻었다. 김 회장이 3달 반 만에 얻은 시세차익만 300억 원에 이른다.
◆ 인지도는 높혔지만 신뢰도는?
김 회장이 인수전에 뛰어들 때부터 의심받았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김 회장이 제시한 6007억 원은 채권단이 기대했던 인수가격 8천억 원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김 회장이 채권단에 6천억 원대 초반을 제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재계에서 김 회장이 인수전을 완주하는 모양새만 취하고 사실상 발을 뺀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김 회장은 금호산업 본입찰 마감 직전까지 여러 차례 완주 의지를 밝혔다. 김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가격이 1조 원이라도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회장 입장에서 합리적 가격을 제시했다는 해명도 가능하지만 김 회장이 처음부터 금호산업에 큰 욕심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이 이번 인수전에서 이른바 ‘치고 빠지기’ 전략을 썼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김 회장과 박삼구 회장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이 지난달 광주상의 회장이 될 당시에도 김 회장이 광주상의 회장직을 맡는 대신 금호산업 인수전에 형식적으로 참가하며 박삼구 회장을 도울 것이라는 추측이 일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