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9-03-26 15: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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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외부감사법 도입에 따라 회계감사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기업공개시장(IPO)이 얼어붙을까 증권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바이오기업의 회계기준 강화로 상장 건수가 줄어들거나 상장한 바이오기업이 흔들리며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의 평판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 국내 5대 증권사.
26일 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바이오기업들이 투자를 받거나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벤처캐피탈회사가 1월 바이오업종에 투자한 규모는 211억 원으로 지난해 1월 투자 규모인 503억 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12월(845억 원)보다도 75% 감소했다.
이런 투자 규모 축소는 바이오기업의 회계처리 불확실성을 두고 우려가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최근 코스닥 상장회사인 바이오기업 케어젠이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고 폴루스바이오팜은 ‘한정’ 의견을 받고 22일 하루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키움증권이나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바이오기업 상장'에 집중했던 증권사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기업공개시장에서는 100여 곳에 이르는 상장건수 가운데 19곳이 바이오기업이었다. 특수목적회사(SPC)의 상장을 제외하면 약 25% 정도가 바이오기업으로 구성됐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하나제약과 ABL바이오 등의 기업공개를 주관했고 NH투자증권이 올릭스와 유틸렉스, 옵티팜 등을 상장시켰다. 키움증권도 아이큐어, 싸이토젠, 티앤알바이오팸 등 다수 바이오기업으로 상장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올해도 기업공개시장에서 바이오기업의 상장업무를 성공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보인다.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지정하고 실사를 받아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회계법인이 바이오기업의 심사를 까다롭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곧 발표될 회계감리 선진화정책방안에 기업공개 전 회계감리를 개선하라는 내용도 담길 것”이라며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이 불거진 만큼 까다로운 심사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회계법인들이 바이오기업 실사를 꺼려하고 가능하면 피하려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기업들이 대부분 적자가 나는 회사가 많아 기술특례 상장을 실시하는데 이 때 회계법인의 감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바이오산업에 관한 회계법인의 전문성이 필요한 데다 새 외부감사법 도입으로 책임이 무거워진 만큼 아무래도 감사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기업들은 연구개발비용을 ‘비용’으로 처리하기보다 ‘무형자산’에 들어간 노력과 기여로 삼아 가능하면 자산을 부풀리고 싶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구개발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까다롭게 정의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회계법인이 전문성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이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증권사들이 바이오기업을 상장시켰다가 향후 상장이 폐지되기라도 하면 기업공개시장에서 평판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상장 주관업무는 기관 및 일반투자자와 신뢰를 바탕으로 증권사의 역량이 결정되는 만큼 거래소에서 승인이 나지 않거나 상장이 되더라도 상장폐지라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면 증권사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관계자는 “바이오업계가 규모가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바이오기업의 자금조달이나 기업공개 등에 힘쓰고 있다”며 “그러나 바이오기업의 회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양날의 검’이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