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만 해도 세계에서 조업 중인 조선소 야드는 651개였으나 지난해는 357개로 반토막났다.
BRS는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발주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이나 중국에서 문을 닫은 야드들이 다시 가동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배는 많은데 지을 데가 없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의 도크(선박 건조대)는 LNG운반선으로 빠르게 자리가 차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조선소들의 LNG운반선 건조물량은 2021년까지 채워져 있고 향후 발주 예상치를 감안하면 2022년 슬롯(자리)도 사실상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7만4천CBM급 이상 LNG운반선의 올해 발주물량은 50~55척으로 추정되지만 100척 발주가 나와도 놀라울 게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새로 승인된 LNG액화터미널은 연간 생산량이 5천만 톤 규모다. 이것 만으로도 100여 척의 새로운 LNG운반선 발주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카타르에서 60척, 아랍에미레이트 25척,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에서 14척의 발주가 예상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미국산 LNG를 180억 달러치, 4186만 톤 더 수입하겠다고 계획해뒀다. 17만4천CBM급의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은 1번 운항할 때마다 평균적으로 8만5천 톤, 연간 67만 톤을 수송하는데 4186만 톤의 LNG를 수입하려면 선박 62척 정도가 새로 발주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주요 LNG운반선 선주사들이 하나같이 배가 부족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LNG 수입을 확대하면 선박 부족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이는 선박 건조가격 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선3사가 높은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유조선 역시 덩달아 건조가격이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유조선 선주들이 LNG운반선에 도크 자리를 빼앗길까 걱정해 발주를 서두를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선박 중개업체 깁슨(Gibson)은 최근 리포트에서 유조선 선주들에게 한국 조선사들의 야드가 LNG운반선으로 꽉 채워지기 전에 서둘러 발주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유조선 발주시장은 이미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중형 유조선이 다시 인기를 끌면서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LNG운반선 발주까지 늘고 있어 향후 몇 년 동안 한국 조선사들의 야드는 빈 자리가 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깁슨은 "특히 카타르의 LNG운반선 대거 발주가 현실화되면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공급과잉이 줄어 이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는 데다 LNG운반선의 높은 수요까지 합쳐져 선박 건조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봤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LNG운반선 가격은 두 달 연속으로 100만 달러씩 상승했다.
2월 LNG운반선은 1억8500만 달러로 1월보다 100만 달러 비싸졌다. 지난해 2월에 1억8천만 달러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