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9-03-14 16: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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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현대자동차와 신용카드 수수료율 협상에서 사실상 '완패'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태도에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협상결과가 정책방향과 다르게 마무리된 만큼 카드사와 다른 업권과의 협상이 모두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
▲ 14일 삼성카드와 롯데카드가 현대자동차와 신용카드 수수료율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고 밝히면서 국내 카드사 8곳과 현대자동차의 협상이 모두 끝났다. 국내 카드사들이 현대자동차와 신용카드 수수료율 협상에서 완패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태도에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삼성카드와 롯데카드가 현대자동차와 신용카드 수수료율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히면서 국내 카드사 8곳과 현대자동차의 협상이 모두 끝났다.
이번 카드사와 현대차의 협상을 놓고 카드사의 완패로 보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국내 카드사 8곳은 1월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기존 1.8% 초중반 대에서 1.9% 중후반까지 인상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현대차의 조정안인 1.89% 수준에서 모두 합의를 봤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가맹점 계약 해지' 압박에 카드사들은 차례로 현대차의 조정안을 수용했다.
카드업계 대표회사인 신한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이 끝까지 버텼으나 결국 현대차가 제시한 협상시한인 10일을 하루 넘긴 11일 현대차에 조정안을 수용하겠다고 통보했다.
현대차는 신한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가 현대차의 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백기통보'를 보냈지만 "세부 검토를 해 봐야 한다"며 협상 마무리까지 시일을 끄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대형 가맹점에 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상의 첫 대결인 현대차와 협상이 완패로 마무리 되면서 카드사들은 앞으로 남은 유통, 통신, 항공 등 다른 업권과 협상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카드사들의 불만은 정부, 특히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로 향했다.
카드사들이 협상력에서 우위에 있는 대형 가맹점을 상대로 수수료율 인상을 밀어 붙이게 된 계기가 ‘카드 수수료율 역진성’ 해결을 위한 정부의 신용카드 수수료율 체계 개편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살림이 어려운 소형 가맹점들이 높은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고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대형 가맹점은 오히려 낮은 카드 수수료를 내고있는 '역진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계속 내비쳤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이 현대차의 조정안을 놓고 버티는 상황에서 제시한 근거도 현대차가 제시한 조정안 정도로는 정부가 요구하는 ‘수수료율 역진성 해소’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드사가 현대차와 수수료율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정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카드업계에서는 “정부가 수수료 갈등에 불만 붙여 놓고 뒷짐만 지고 있다”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 등은 13일 금융위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금융위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이번 사태를 야기한 만큼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금융위가 신용카드 수수료율 체계 개편을 마친 뒤에는 금융결제망 개방, 간편결제 사업자에 소액 신용공여 허용 등 카드업계에 불리한 정책들을 쏟아낸 것도 끓어오르는 카드사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신용카드 소득공제처럼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는 축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폐지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더불어민주당이 13일 당정청 회의를 통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3년 연장을 결정했지만 카드사를 배려해서라기보다는 부정적 여론에 밀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위가 다른 업권까지 카드 수수료율 협상이 모두 마무리된 다음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카드 수수료 개편이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 등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면서도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만큼은 더 부담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번 협상 결과는 이런 금융위의 생각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7일 금융위 연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카드 수수료율 갈등을 놓고 “금융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으며 현재 갈등은 새로운 체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의견 충돌”이라면서도 “마케팅 지원을 더 받는 대형 가맹점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카드 수수료 적용실태를 점검한 뒤 수수료율 협상 과정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을 위반했는지 점검할 것"이라며 "법령을 위반한 부분이 발견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2분기에 개편된 카드 수수료율 실태를 놓고 현장점검을 나가겠다고 계획을 세워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