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주세법을 종량세로 개편하는 방안을 4월까지 마련해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주류업체들은 지금까지 수입신고가와 관세로만 세금을 납부하는 수입맥주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 왔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세금 부담에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사이 장벽이 사라져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주세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국산맥주가 수입맥주와 경쟁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의 ‘2017년 주류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다양성(38.8%)’과 ‘맛(32.2%)’을 수입맥주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맛과 향뿐 아니라 디자인과 위생, 신뢰도에서 수입맥주를 국산맥주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맥주를 마시는 소비자들은 수입맥주가 스스로 생각하는 맥주의 이상치에 82% 정도 가깝다고 대답했다. 또한 76%의 소비자가 수입맥주의 만족도가 국산맥주보다 높다고 응답했다.
소비자가 수입맥주를 선택하는 이유가 가격보다 맛과 다양성에 치중돼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주세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국산맥주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
종량세가 도입됐을 때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가격 차이가 소비형태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상반기 국산맥주 3개 회사와 주요 수입맥주 7개 회사의 500밀리리터(ml) 캔맥주 평균 소매가격을 추정해 본 결과에 따르면 국산맥주는 2500원에서 2137원으로 363원 저렴해지고 수입맥주는 2500원에서 2589원으로 89원 비싸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는 리터당 835원을 과세하는 종량세가 도입된다는 가정 아래 작성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 품종이 다양하고 종량세의 과세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도 세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가격 격차를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지만 100~200원 정도의 차이만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맥주는 국내 맥주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수입맥주는 2011년 이후 연 평균 수입량 기준 30%, 금액 기준 2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현재 일부 마트와 편의점을 기준으로 수입맥주 판매량이 전체 맥주 판매량의 절반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수입맥주의 빠른 성장은 단순히 가격 격차에서 비롯됐다고 보기보다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수입맥주를 접하게 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2012년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보도처럼 국산맥주가 품질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주세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에서 술의 부피나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과세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