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재판관여 등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법농단’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임 전 차장은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첫 정식공판에서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거래와 재판관여를 일삼는 터무니없는 사법적폐의 온상으로 치부돼선 안 된다”며 “사법부가 재판거래를 통해 정치권력과 유착했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닌 가공의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법 농단' 사건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가 하는 일 가운데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의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다”며 “검찰이 수사와 공소장을 통해 그려놓은 경계선이 너무 작위적”이라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은 일제강제징용 소송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소송을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 등 30여 개의 범죄사실로 2018년 11월 구속기소됐다.
전·현직 국회의원들에게서 ‘재판 민원’을 받고 판사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혐의 등으로 2019년 1월 추가로 기소됐다.
2월에는 특정 법관을 사찰하고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해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했다는 혐의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과 3차로 기소됐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이 기소한 재판거래 혐의를 전면 부정했다.
그는 “사법부를 위해 원만한 관계를 설정하고 유관기관과 상호협조를 구하는 역할을 부득이 법원행정처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력과 유착하는 것과 일정한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재판관여 혐의도 반박했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는 다양한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선 법원의 주요 재판을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다”며 “의견을 내놓거나 재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있었지만 법관의 양심을 꺾거나 강제로 추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행정처 내에서 작성한 각종 보고문건과 관련해서는 “검찰과 청와대를 비롯해 어느 조직이나 단체에서도 능히 할 수 있는 내부 검토로 개인으로 비유하자면 일기장과 같다”며 “그것이 바로 직권남용으로 연결된다는 검찰 논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은 진술 끝부분에서 “빗발치는 여론의 비판 속에서 변명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재판까지 왔다”며 “공소장에 쌓여 있는 검찰발 미세먼지로 만들어진 신기루에 매몰되지 말고 무엇이 진실인지 심리해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