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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내우외환 겪는 중국사업 놓고 새 판 짠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9-03-07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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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중국사업을 놓고 대대적 전략 재편의 신호탄을 쐈다.

현대차는 중국시장에서 판매 부진 등 내부적 어려움뿐 아니라 중국의 친환경차정책과 파트너기업의 부품 현지생산 압박 등 외부적 요인까지 겹쳐 사업전략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현대차, 내우외환 겪는 중국사업 놓고 새 판 짠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7일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탈출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생산 뿐 아니라 판매, 서비스, 파트너십 등 모든 분야가 검토대상에 올랐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가 앞으로 중국에서 과감한 구조조정 등 기존 사업의 대수술과 함께 새로운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 사태 이후 급감한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전용 신차를 꾸준히 투입했지만 실적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사업을 둘러싼 외부 변수는 현대차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전체 생산량의 일정 수준 이상을 친환경차로 맞춰야 한다는 신에너지차(NEV) 정책을 올해 확대했다. 친환경차 생산량이 전체 생산량의 10%를 밑돌면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의 중국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체 생산량의 0.5%에도 미치지 못한다. 앞으로도 친환경차 점유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사업에서 벌금만 내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협력했던 현지기업 베이징자동차와 관계도 삐걱거리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5대5로 베이징현대를, 기아치는 둥펑자동차, 위에다 그룹과 함께 '둥펑위에다기아차'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중국사업이 어려워지자 불협화음이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자동차는 지난해 말 현대차와 베이징현대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공문을 보내 부품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라고 요구했다. 물류비와 관세 절감을 이유로 들었는데 제안을 거부하면 파트너기업 교체를 검토할 수 있다고도 했다.

베이징자동차가 납품기업을 중국 현지기업으로 바꾸기 위한 목적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2017년부터 이런 시도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현대차로서는 국내 협력기업과 관계 유지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 관계자도 “베이징자동차와 협력관계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는 것도 중국사업 검토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베이징공장의 구조조정 방침은 중국사업 대수술의 첫 걸음으로 여겨진다.

베이징현대는 올해 초부터 중국 베이징 1~3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2천여 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퇴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가동률이 2년 연속 5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고정비 부담으로 손실이 누적되자 인력 감원을 한 것이다.

현대차가 중국에 진출하면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던 베이징 1공장은 생존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4월부터 가동을 중단할 것으로 전해졌으며 향후 공장 부지를 완전히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IR팀은 공식적으로 “중국공장 운영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공장 가동 중단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동 중단이 유력할 뿐 아니라 폐쇄하는 방안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내우외환 겪는 중국사업 놓고 새 판 짠다
▲ 현대자동차의 중국 베이징공장 내부 모습.

현대차가 베이징공장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중국에서 서서히 사업의 새 판을 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독자노선을 걸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미 제네시스 판매법인이 설립된 점이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현대차는 1월 말에 중국 상하이에 제네시스 차량을 판매할 별도의 판매법인을 만들었다. 올해 말에 중국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정식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독자적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현지기업의 지분 투자가 필수적이었던 정책이 완화되는 점도 현대차의 독립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18년 4월에 자동차산업 지분비율 제한을 향후 5년 동안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이미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만드는 기업은 중국 현지기업과 손잡을 필요 없이 중국에 100% 자기자본으로 기업을 만들 수 있다.

현대차처럼 승용차를 생산하는 기업은 2022년부터 외자지분 제한이 완전히 철폐된다.

현대차가 중국 정부의 전기차 육성 정책에 발맞춰 이보다 빠른 시일에 친환경차 생산을 전용으로 하는 법인을 따로 중국에 세우거나 아니면 우선 수익성 회복에 초점을 둔 뒤 서서히 시간을 두고 독립법인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는 이미 인사부문에서 중국사업 재정비를 위한 기반을 다져놓았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1월 실시한 인사에서 현대차 중국사업을 총괄했던 화교 출신 설영흥 상임고문은 비상임고문으로 물러났고 이병호 중국사업본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자리를 메웠다. 이 밖에도 중국 베이징현대 생산총괄 임원도 여럿 바뀌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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