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영리병원 개설 허가를 받았던 녹지국제병원 개원이 결국 무산 수순을 밟고 있다.
제주도는 4일 녹지국제병원 개원 기한이 만료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녹지국제병원은 2018년 12월5일 제주도로부터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3개월의 개원 준비기간이 만료되는 4일까지 의료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 정상적 개원이 불가능하다.
이에 앞서 2월 26일 녹지국제병원을 운영하는 녹지그룹은 3월 4일로 예정된 개원시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제주도는 이를 거절했다.
제주도는 “개설허가를 한 후 3개월 동안 충분한 준비기간이 주어졌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개원을 하지 않을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며 “제주도와 협의를 일체 거부하다 개원시한 만료가 임박해 개원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제주도청과 녹지그룹의 갈등은 12월 조건부 개설허가 과정에서 골이 파일대로 파였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으로 운영할 것을 녹지그룹에 재차 제안했지만 녹지그룹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영리병원을 고집했다.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락 이후에도 병원 개설을 위한 움직임도 전혀 없었다.
구샤팡 녹지국제병원 대표이사는 1월 15일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녹지그룹이 혼자서 녹지국제병원을 밀고 나가기에는 경험도 없고 운영할 능력도 없다”며 “더 이상 제주도와 만날 필요도 없고 소송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후 제주도청과 녹지그룹의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고 쌍방 사이에 문서 통보만 있었다”고 설명했다.
녹지그룹은 2월 14일 제주도청을 상대로 “제주도가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만 한정해 병원 개설허가를 낸 것이 법에 어긋난다”며 제주지법에 허가조건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청구 소송을 냈다.
제주도는 절차에 따라 현장점검으로 대응했다.
제주도는 2월 27일 제주도청이 병원 개원 준비상황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인력을 파견했지만 녹지그룹 측이 거부해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4일 발표에서 “‘개원 준비상황 현장점검 기피행위는 개설허가 취소에 준하는 의료법 제 64조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처분 청문회를 3월 말까지 열 예정으로 녹지그룹 측이 청문회에 응하지 않더라도 별도 조사를 통해 매듭짓게 될 것이다”며 “녹지그룹이 제시한 행정소송은 제주도청 차원에서 법률전담팀을 꾸려 적극 대응할 것이다”고 밝혔다.
영리병원 허가 취소를 주장해온 시민단체 측은 이번 제주도의 개설허가 취소절차를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보건의료노조는 4일 "개원 무산은 부실 승인과 묻지마 허가의 당연한 결과"라며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개원시한을 연장하지 않고 허가 취소절차에 돌입하겠다고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4일 논평을 통해 "영리병원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끝내야 한다"며 "개설 허가를 취소하고 공공병원으로 전환해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